복지비용 급증…초과세수 더는 기대 못해 재정 큰 부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 부총리, 김부겸 행정안번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 부총리, 김부겸 행정안번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내년 정부가 쓰는 돈(예산)이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2017년 400조원을 넘어선 지 3년 만에 100조원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세금이 잘 걷히면 정부 씀씀이가 늘어나도 큰 문제는 없다. 세금은 경기가 좋으면 많이 걷히고 좋지 않으면 그 반대로 가는 경향이 있다. 올해와 내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턱대고 예산을 늘리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복지사업에 조 단위 세금 투입

내년 정부 예산 사상 처음 500조 넘는 '슈퍼예산' 될 듯

정부는 지난달 말 ‘2020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발표했다. 내년 예산을 어떤 원칙에 따라 짤 것인지를 미리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활력과 소득 재분배를 위해 내년에도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적극적 재정운영이란 ‘정부가 돈을 더 많이 쓰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규모가 얼마일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예산 규모(470조원)에 정부가 예상한 2020년 지출 증가율(올해 대비 7.3%)을 대입하면 내년 예산은 504조원이 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대치였던 올해 증가율(9.7%)을 대입하면 515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편성 지침에서 4대 중점 과제로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충 △미래성장동력 확충 △안전한 환경 등을 꼽았다. 이 중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사회안전망 확충 등 복지사업이다. 고용보험을 못 내는 저소득 구직자에게 6개월 동안 월 50만원씩 지급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등 대규모 복지사업이 새롭게 추가된다. 이 사업에만 1조5000억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2학기부터 시행되는 고교 무상교육에도 내년에는 2조원가량 투입한다. 기초연금에 올해(15조원)보다 1조7000억원 늘어난 16조7000억원을 배정한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 고용 대책에도 수조원대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금 많이 안 걷힐 수 있는데…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은 총 293조원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거둔 세금을 제외하고 중앙정부가 거둬들인 ‘국세수입’만 계산한 것이다. 세금 외에 국채(정부가 발행하는 채권) 등으로 조달하는 돈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이보다 많다. 정부가 당초 목표로 한 국세수입은 268조원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25조원이 더 걷혔다. 이처럼 정부 목표보다 더 걷힌 세금을 ‘초과세수’라고 하는데 작년 초과세수가 역대 최대였다.

하지만 올해도 세금이 잘 걷힐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작년에는 법인세가 많이 걷힌 게 역대 최대 초과세수를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법인세가 71조원 걷혔는데 이는 2016년에 비해 12조원 증가한 수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이 잘 돼 기업들의 법인세 납부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16.6% 줄었다. 전체 수출 감소율(8.2%)과 비교하면 낙폭이 두 배 이상이다. 산업연구원이 반도체 전문가 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반도체 수출이 상반기에는 1년 전에 비해 16.9%, 하반기에는 6.1% 각각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씀씀이 늘리는 건 선거 때문?

이처럼 세금이 덜 걷힐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데도 정부가 씀씀이를 늘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내년 4월 열리는 국회의원 총선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정당(여당)은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영향력을 많이 발휘할 수 있다. 여당 의원들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자신의 지역구에 도로를 새로 깔거나 학교 시설을 고치는 등 여러 사업에 필요한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업이 업적처럼 유권자들에게 알려지면 차기 선거에서 당선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장관의 인사권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다.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의견을 전달한다. 공무원이 여당 의원들 부탁을 거절하기 힘든 이유다.

정부가 돈을 많이 써 복지 혜택 등이 늘어나는 걸 나쁘다고만 볼 순 없다. 하지만 거기에 필요한 돈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조성된다. 한 번 생긴 복지 혜택은 없어지기 어렵다. 복지를 받는 사람은 좋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세금만 내는 국민 부담은 계속 증가하는 구조다.

■NIE 포인트

정부가 복지혜택을 늘리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세금이 덜 걷히는데도 정부 예산을 늘리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토론해보자.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예산이 특히 더 늘어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