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탈세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의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모(앞)씨와 사장 임모씨가 지난 2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찰의 고발 요청에 따라 아레나 실사업자 강00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후 아레나 명의위장·조세포탈 혐의로 경찰 고발했다."
(2019년 3월20일, 국세청 보도자료)


국세청의 고발이 이루어진 후 지난 26일 서울 강남 등 일대에 17개소의 클럽 실소유주 강00이 전격 구속됐다. 국세청도 그동안 뒤집어 쓰고 있던 '봐주기 세무조사' 누명을 벗었다. 경찰은 28일 '국세청 직원 4명을 7차례에 걸쳐 조사했지만 유착 혐의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애초부터 아레나 세무조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3월 초 시작, 5개월 동안 진행된 비정기(심층) 세무조사를 통해 260억원 가량의 세금추징과 함께 6명의 전현직 대표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고발했다.


다만 업계에 쫙 소문이 나 있던 실소유주 강00을 고발 대상에서 제외, '의혹'의 불씨가 지펴졌다.


특히 국세청이 검찰에 고발한 6명의 전현직 대표들은 업계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모자바꿔쓰기(일정 주기로 대표사업자를 바꾸는 수법)'를 통해 아레나 대표 자리에 오르내린 '바지사장'들이었다는 점, 아레나 세무조사 대리업무를 수임한 세무대리인이 국세청 감찰담당관, 강남세무서장 등을 지낸 류 모 세무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봐주기 세무조사 의혹이 급부상한 것이다.


"아레나 세무조사, 국세청의 '한계'만 증명"


국세청이 지난해 실시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실소유주 강00을 고발 대상에 넣지 못한 것은 그가 실소유자라는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세무조사 진행 과정에서 고발 조치 된 바지사장 6명이 일관되게 자신들의 실사업자임을 주장했고, 여러 갈래의 금융추적조사 등을 통해서도 강00가 실사업자라는 객관적 증빙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해명은 일견 자신들의 허물을 감추기 위한 변명에 불과해 보일 수 있지만 룸살롱,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계의 생리를 현장에서 체험해 본 국세공무원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유흥업소 세원관리의 허점, 즉 국세청의 명백한 '한계'를 증명했다는 것이다.


통상 국세공무원들 사이에서 유흥업소 세무조사는 가장 피하고 싶은 세무조사 중 하나라는 것이 정설이다. 힘은 엄청 드는데, 쏟아부은 힘 만큼 실익이 결코 나오지 않는 세무조사라는 평가다.


대부분의 유흥업소가 '장부' 자체를 영업장에 비치해 두는 경우가 사실상 전무하고 하루 매출액 정도를 정리한 '일계표'를 기반으로 영업시간 종료 후 새벽 3~4시 정도 매출을 정산해 비용 등을 제하고 운영자들이 돈을 나눠 갖고 마무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용카드 매출의 경우 시스템으로 걸러진다지만 업종 특성상 현금매출 규모가 상당해 바지사장과 실소유자들 사이에 오고가는 현금의 흐름은 국세청이 현재 가지고 있는 권한과 인력만으로는 아예 불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성매매와 마약유통, 탈세, 경찰 유착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된 클럽 '버닝썬'의 모습. 버닝썬은 바지사장을 내세운 일명 '모자 바꿔쓰기' 수법을 통해 탈세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무엇보다 실사업자를 밝혀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국세공무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세청이 실사업자 존재 여부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더라도 정작 조세포탈 등 혐의로 고발을 하기 위해서는 실제 돈이 실사업자로 흘러들어갔다는 명확한 증거 등이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제 장부 등이 보관 및 관리되고 있는 장소 또는 차명계좌 등 돈의 흐름을 모두 꿰고 있는 이들의 '결정적 제보'가 없이는 불시에 대규모 조사요원들을 동원해도 결과적으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이 강제수사권이 없다보니 바지사장들이 실사업자의 존재를 실토하지 않으면 손을 쓸 수 없다"라며 "통상 바지사장들을 고발하면, 경찰이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실사업자에 대한 증언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즉 그동안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이러한 형태의 유흥업소 관리감독 체계를 경찰 등 사법당국과 유지해 왔는데 아레나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경찰이 마치 국세청이 고의적으로 강00의 고발을 무마했다는 관점으로 접근, 여론을 호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국세청 내부에서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바지사장들은 세금이 부과되도 내지 않거나(체납) 감옥에 가도 2~3년 그냥 몸으로 때우고 나오면 실사업자들이 금전적 보상 등을 통해 먹고 살 길을 터준다. 이 정도 방어막을 쳐 놓은 실사업자들을 제한적 권한만 가진 국세청이 무슨 수로 찾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 기업 등도 마찬가지지만 '유흥업소 조사 나가서 편의 제공을 받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세청 직원들은 없을 것"이라며 "실익도 없고 힘만 드는 세무조사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이미 고착화 됐는데, '봐주기 세무조사'가 있을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 22일 전국 21개 대형 유흥업소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에 착수하면서 국세청은 '혈혈단신'으로 뛰어들던 기존의 세무조사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성급하게 편승,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국세청은 그동안과 다른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하에 조사 조직을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일보 / 이희정, 이현재, 염정우 기자 jykim@joseilbo.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