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언론사에 배포된 '불공정 탈세혐의가 큰 대재산가 95명 전국 동시 세무조사 실시' 보도자료(왼쪽)와 지난 20일 배포된 '아레나 실사업자 강OO' 고발 관련' 보도자료. 국세청에서 배포되는 통상적인 보도자료는 보도일시와 생산부서, 배포일자, 담당자 연락처 등이 기재되어 있지만 '아레나'와 관련된 보도자료에서는 이런 내용들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국세청이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보낸 '비공식 보도자료'에 대해 안팎에서 이런 저런 지적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당시 국세청은 일반 보도자료와 달리 자료 생산(소관)부서와 책임자 성명, 연락처 등이 생략된 포맷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봐주기 세무조사' 논란의 핵심이었던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00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치고, 그를 명의위장 및 조세포탈 혐의로 경찰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고발 요청(조세범처벌법 고발권한을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 후 강00의 소재불명·연락두절로 공시송달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세무조사를 실시했다는 설명까지 곁들여졌다.


거액의 탈세가 의심되는 인물을 처벌하기 위해 고발하고 조사하는 것은 국세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온 동네 사람이 다 알고 있더라도 그 어떤 누구에 대한 세무조사 사실을 함구해 왔던 국세청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운 국회의원들의 닦달에도 '개인납세자 정보'를 이유로 철저하게 입을 닫았던 전력 등을 감안할 때 아레나 실소유주 강00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경위 및 조치결과를 언론에 제공한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 충분한 처사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은 26일 열린 국회 기재위에서 "국회에서 자료를 요구해도 개별납세자 정보라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해왔는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냐"고 질책했고, 이은항 국세청 차장은 "사실과 명백히 다른 부분을 제한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대통령 한 마디에 화들짝 놀란 국세청?


국세청의 전례없는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동안 국세청이 금과옥조로 삼아왔던 원칙을 깼다는데 있다. 국세청은 언론 등을 통해 실체가 다 공개된 사안에 대해서도 '국세기본법 제81조의13(세무공무원의 비밀유지)'를 거론하며 국회의 자료요구 등을 모두 무시해 왔다.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 참석 "대통령 한마디면 실소유주와 관련한 개인정보도 다 내놓는 것이냐. 국회에서 자료를 요구해도 개별납세자 정보라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해왔는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참한 한승희 국세청장을 대신해 회의에 나온 이은항 국세청 차장은 "아레나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먼저 국세청에 고발요청한 사실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국세청에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과 명백히 다른 부분을 제한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세청 내부에서 조차 지난 20일 기습적인 비공식 보도자료 배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연예인 등 일부 새로운 특권층의 불법적 영업과 범죄 행위에 대해 관할 경찰과 국세청 등 일부 권력기관이 유착해 묵인·방조·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짙은 사건"이라며 아레나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뉘앙스의 발언이 나온지 이틀만에 실소유주 강00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공표한 것은 색안경을 끼고 볼 여지를 충분히 제공했다는 것이다.


특히 국세청이 보도자료를 통해 강00 소재불명 및 연락두절 상황이어서 공시송달 등 절차를 거쳐 세무조사를 실시해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설명했는데 이 발표가 있은지 5일만인 지난 25일 소재불명이라던 강00은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본청이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너무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별납세자 정보 공개라는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인데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고 경찰의 요청에 대한 후속조치였기 때문에 개별납세자 정보 공개 문제와는 별개라는 식의 해명도 향후 국회 등이 유사한 케이스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할 경우 피해나갈 길을 스스로 막아놓은 결과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세일보 / 이희정 기자 hjlee@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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