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상속을 노력 없는 '부(富)의 대물림'으로 인식보다는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추세다.


국가가 부유층의 상속에 대해 높은 세율로 과세해 부를 환수하고 이를 재분배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양극화 해소와 같은 '기회의 불균형'을 바로잡는데 큰 효과가 없다는 취지 아래, 아예 상속세 자체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들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조건 세계적 추세에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무엇보다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고 이중과세 논란 등 이치에 맞지 않는 부분도 많은데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성장 등 국가적인 생존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점에서 관점을 달리해 상속세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부자와 빈자, 계층을 나누어 짜여진 지긋지긋한 대한민국의 후진적 정치적 프레임이 대한민국을 '우물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


각국의 상속과세 체계는 그 명칭은 유사하나 구체적인 내용은 나라별로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산 총액에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상속세율(명목 최고세율 50%)만 놓고 보면 OECD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그러나 세대생략 할증과세, 최대주주 할증과세 등 덕지덕지 붙어 있는 '특약'과도 같은 조항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최고세율(65%)은 일본을 뛰어넘는 OECD 36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정도면 가진 돈을 국가에 헌납하고 떠나라는 소리나 다름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OECD 국가의 총 조세 대비 상속세수(증여세 포함)의 비중 평균은 0.34%.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벨기에(1.56%)이며 다음이 한국(1.27%)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 부담률은 0.31%로 OECD 국가 중 4위였다.


현재 국제적인 추세는 상속세율을 낮추거나 아예 페지하는 추세다. 특히 유럽 주요국들의 움직임이 빠르다.


포르투갈·슬로바키아 등 2개국은 2004년, 스웨덴 2005년, 오스트리아 2008년, 체코 2014년 각각 상속세를 전면 폐지했다. 이탈리아와 노르웨이, 스위스 등은 상속세 골격은 유지하면서 세율을 크게 떨어뜨려 최저 4%~최고 10%의 저세율 기조로 전환했다.


덴마크 등은 배우자에게 상속되는 재산은 액수에 상관없이 아예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세율 인하 필요성에 대한 높은 목소리에는 결정권을 쥔 이들 그 누구도 귀기울이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충분히 납득할 이유(과세인프라 확충)가 있긴 했지만 그나마 있던 세부담 완충장치(신고세액공제 개편 2017년 7%→2018년 5%→2019년 3%)도 깎아 없애는 추세다.



'유산취득세'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상속과세 체계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전체에 상속세율을 곱해 총액을 계산한 후 상속인이 각자 받은 상속재산 비율에 따라 나눠 납부하는 방식인 '유산세' 체계를 택하고 있다.


높은 세율도 문제지만 조세의 기본원칙, 즉 '응능부담(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의 원칙 관점에서 접근하면 유산세 체계는 이중과세 논란 등 논리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당수 선진국들은 유산세 방식이 아닌 '유산취득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는 21개국 중 유산취득세 방식을 운용한 국가는 일본,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16개국. 한국과 미국, 영국, 헝가리, 터키 등 5개국만이 유산세 체계를 택하고 있다.


유산취득세 방식을 택하고 있는 국가들의 접근법은 응능부담의 관점에서 비롯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2017년 '조세의 이해와 쟁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산취득세방식이 유산세방식보다 공평과세에 더 부합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산세는 상속인이 2명 이상일 경우 각자의 실질 담세력이고려되지 않고 유산금액에 따라 매겨지기 때문이다.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에 대해 일괄 과세되기에 부의 분산효과도 약하다.


상속세를 상징하는 것과 다름없는 '재분배 기능' 자체가 미흡하다는 평가인 셈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현재 상속세는 유산세, 증여세는 유산취득세 체계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유산취득세 체계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당장은 국민 여론 등 측면에서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세율 또한 소득세율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00년 가는 조세개혁 방안을 만들겠다'는 취지 하에 출범했던(최근 활동 종료)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최근 발표한 최종 조세개혁보고서를 통해 현행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세수(稅收)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과세표준 구간을 늘리거나, 공제제도 등을 줄이라는 식의 제언도 곁들였다.


하지만 국민정서법에 민감한 정부가 과감한 '모험'을 당장 택하고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은 정치권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필요한데, 오히려 정부보다 더 국민정서법을 의식하는 집단이 정치권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이들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 또한 높다고 보기 힘들다.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yubyoup@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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