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연일 북한의 ‘행동’을 촉구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등에 대한 국제 사찰을 조속히 이행해야 현재의 교착을 풀 수 있다는 의미다.

문 특보는 6일 KBS가 주최한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과의 대담에서 “(북한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 등) 지금 이대로 가면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등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했다. 문 특보는 외교안보 분야에 관한 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전일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서도 문 특보는 비슷한 발언을 했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인 것에 대해 그는 “북한이 과감한 행동을 보이는 동시에 미국도 (대북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해주면 돌파구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작년 11월까지만해도 종전선언 및 제재완화를 강조해왔다. 미국의 상응조치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발언을 쏟아냈었다. 이런 점에서 새해 북한의 행동을 강조한 문 특보의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특보는 현재 미·북 비핵화 협상을 ‘행동 대 행동’이 아닌 ‘말 대 말’의 과정으로 진단했다. 양쪽 다 비핵화를 위한 실질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동창리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엔진시험장 폐쇄 등을 비핵화를 위한 ‘행동’이라고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문 특보가 말한 북한의 행동이란 다시 말해 ‘9·19 평양선언’의 이행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풍계리 및 동창리 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 수용에 합의했다. 북한 핵개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영변 핵시설에 IAEA(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들이 들어가는 방안도 김정은이 언급한 바 있다.

‘9·19 평양 선언’의 핵심은 남북한 간 종전선언에 비견할 만한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와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찰이다. 새해 문 특보의 발언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굴욕적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성실히 이행한 데 비해, 북측이 국제사찰 수용을 실천에 옮기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 특보는 올해 북한 비핵화 협상이 다자외교의 틀 속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점도 예고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송 전 장관이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과 관련해 핵무력 강조로의 회귀 가능성을 언급하자, “그것은 새로운 길이 아니라 낡은 길”이라며 “새로운 길은 외교적 해법을 의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 특보는 한반도 비핵화 평화지대론도 제시했다. 한반도 주변의 핵보유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핵무력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하고, 남북과 일본, 몽골 등은 핵폐기 및 핵보유 노력 포기 선언을 하는 방안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