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이어지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연말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이기는 하나 셧다운이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극심한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시작된 만큼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미쳤다"며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한 것으로 모자라 이번 달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격분해 제롬 파월 연준의장을 해임하는 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는 미·중 무역 전쟁이 해결되지 못하는 와중에 세계 주요국의 경기둔화, 나아가 경기후퇴 가능성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있는 금융시장의 혼란에 더욱 불을 지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선 출마를 시사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자신이 설립한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끔찍하다`, `결함 있다`(failing)고 표현하며 "(그가) 최악의 방식으로 새해를 맞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사임, 연방정부 셧다운, 미국 증시 주가 급락 등에는 "트럼프의 무모하게 감정적이고 무분별하게 혼란스러운 업무 접근법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면서 "이 나라가 얼마나 더 받아줄 수 있는지 누구나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진화에 나섰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이튿날인 23일(현지시간) 미국 6대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과 통화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는 JP모건, 골드만삭스,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의 CEO들과 각각 통화했다면서 "CEO들이 소비자, 기업 시장 등에 대한 대출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는 셧다운, 주가 급락 등으로 혼란에 빠진 시장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로이터 등은 풀이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에 근본적인 회의를 품고 있는 시장이 진정될지 는 의문이다.

지난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6.8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7.05% 급락해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MSCI 전세계지수도 지난주 5% 넘게 하락해 지난해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24일 개장한 아시아 증시에서도 `산타랠리`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10시 10분 현재 한국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5% 하락했으며 대만 자취안지수는 0.2% 내렸다. 싱가포르 FTSE 스트레이츠타임스 지수는 0.7%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기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온 증시 호황이 끝난 와중에 파월 의장을 공격하는 상황을 두고 "황소(bull)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색출이 시작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가 허니문`이 `배신자 사냥`으로 끝났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무역 전쟁, 채권 수익률 변동성, 브렉시트, 기술주 고평가 논란, 이탈리아 재정 우려 등 많은 악재 중 주가 하락을 두고 하나를 탓하기 어렵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증시 호황을 도왔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증시를 압박하는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릭 벤시그노어 벤시그노어그룹 창업자는 블룸버그에 "트럼프는 자신이 경제와 시장에 대해 얼마나 잘했는지 흡족해했으면서 이제는 추락을 두고 자신이 아닌 파월을 탓하고 있다"며 "그의 주요 참모 절반이 해임되거나 사임했다. 시장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배후에는 대부분 트럼프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2년간 `주가 허니문`이 `배신자 사냥`으로 끝나"
(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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