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쌍방 폭행인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으로 번진 남혐(남성혐오)과 여혐(여성혐오) 논쟁이 힙합계로 옮겨왔다.

이수역 폭행 사건을 계기로 래퍼 산이가 지난 16일 `페미니스트`란 곡을 기습 공개하자, 또 다른 래퍼인 제리케이와 슬릭이 산이의 가사를 비판했고, 산이가 다시 `6.9㎝`란 곡으로 응수하며 `디스`(Diss)전 양상이 됐다.

시작점은 산이가 "저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다.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한다"라는 글과 함께 유튜브에 공개한 `페미니스트`였다.

산이는 이 곡에서 `넌 또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구 저쩌구`,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 할 땐 돈은 왜 내가내` 등 직설적인 랩을 내뱉어 누리꾼의 갑론을박을 불러왔다. 그는 이 곡에서 `여성가족부`,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인 `워마드` 등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자 데이즈얼라이브 소속 제리케이가 17일 `노 유 아 낫`(NO YOU ARE NOT)을, 슬릭이 18일 `이퀄리스트`(EQUALIST)를 잇달아 공개해 산이의 가사를 저격했다.

제리케이는 `노 유 아 낫`에서 `맞는 말 딱 한 개 가부장제의 피해자`라며, `36.7 임금격차 토막 내/ 그럼 님이 원하는 대로 언제든 돈 반반 내`라고 응수했다. 또 산이가 미국 시민권자로 군 면제자란 점을 꼬집어 `면제자의 군부심`이라고 받아쳤다.

슬릭 또한 `이퀄리스트`에서 `참 뻔뻔해 저게 딱 한남 특유의 근자감`이라며 `한 오백만년 전에 하던 소릴 하네`라고 산이의 랩 가사가 옛날 사고라고 꼬집었다.

`니가 바라는 거/ 여자도 군대 가기 데이트할 때 더치페이 하기/ 여자만 앉을 수 있는 지하철 임산부석 없애기 여성전용 주차장 없애기/ 결혼할 때 돈 반반 내기`라고 산이를 저격하며 자신이 바라는 것은 `강간하지 않기/ 폭행하지 않기`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산이는 다시 `6.9㎝`란 곡에서 제리케이를 언급하며 한층 날 선 랩을 했다. 6.9cm는 일부 남성혐오 사이트에서 남성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제리케이 참 고맙다/ 너 때문에 설명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로 시작하는 이 곡에서 산이는 `속마음은 여자 존중치 않는 파렴치`, `기회주의자`라고 제리케이를 비꼬았다.

또 `어찌 그 노래(`페미니스트`)가 혐오를 부추겨`라며 좀 더 깊게 봤다면 `화자로 등장한 남자의 겉과 속 다른/ 위선과 모순 또 지금껏 억눌린 여성에 관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린 혐오 사회 살아 편 가르고 죽이는 사냥`이라며 `뭐만 해도 남자가 여자를 공격`하고 선동을 끌어들이는 남성 혐오 주의자들은 `여성인권 아냐`, `독`이라고 날 선 랩을 했다.

이 같은 `디스` 곡 배틀에 누리꾼은 지지와 비판을 보내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페미니스트` 가사 논란으로 산이는 지난 17일 여성들이 주로 입는 요가복 브랜드 행사 출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디스`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의 줄임말로 음악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에 견해를 밝히고 풍자 등을 통해 상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힙합 문화의 일종이다.

산이 역시 사회적 논쟁에 견해를 밝힌 것으로 풀이되나,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한다`는 취지와 달리 여러 래퍼의 가세로 `젠더`(Gender) 논란이 뜨거워진 모양새다. 일부에선 디스 전이 취할 여러 이슈가 있음에도 이 갈등을 짚었다는 점에서 화제성을 위한 힙합계 욕구도 보인다고 꼬집었다.
`남혐-여혐` 젠더 논쟁, 힙합계로 옮겼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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