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히 AP통신 인터뷰 "핵합의 존속 원하나 우라늄농축도 준비"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의) 존속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합의가 결국 폐기되면 첫 단계로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우라늄을 핵합의에서 약속한 수준(3.67% 농도 300㎏) 이상인 20% 농도까지 농축하겠다고 경고했다.

살레히 청장은 "유럽 측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핵합의 탈퇴에 맞서 우리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혜롭고 신중하게 핵합의를 포기할지 결정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핵합의에 서명한 유럽 3개국(영·프·독)과 유럽연합(EU)은 미국이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했음에도 핵합의를 준수한 이란의 국익을 지키는 방법을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란의 국익이란 11월부터 미국이 제재하는 이란산 원유·천연가스의 수출과 유로화를 통한 대금 결제가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마디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슨 말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신은 이란에 잘못하고 있는 거요'라고 분명히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힘의 논리로 밀어붙여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데 결국 역사의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핵합의 폐기 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관련해선 "나탄즈의 핵시설에서 더 개발된 원심분리기를 제조할 수 있다"며 "IR-2M, IR-4 형은 IR-1 형보다 5배, IR-6 형은 10배 더 빠르게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핵합의에 따라 IR-1 형을 발전용 원료 생산을 위해 가동할 수 있고, 그보다 발전된 형태는 실험용만 극히 소수로 쓸 수 있다.

살레히 청장은 "이런 상위 원심분리기를 대량 제작하는 것은 핵합의 위반이므로 즉시 실행할 계획은 없고 단지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제재 복원으로 이란의 경제난이 심각해질 거라는 우려에 대해 살레히 청장은 "제재로 우리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 주권국가가 정치적 자주권을 가지려면 대가가 따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오늘 당장 예전(1979년 이슬람혁명 이전 친미 팔레비 왕조), 즉 미국의 하인으로 돌아가기로 한다면 (지금과 같이 주권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