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카리스마… 선미가 돌아왔다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해 잡아먹었다는 요정 세이렌. 그리스 신화에서 시작된 세이렌과 관련한 전설은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줬다. 그룹 원더걸스 출신 선미도 그랬다. 지난 4일 발매한 선미의 새 미니음반 ‘워닝(WARNING)’의 타이틀곡 ‘사이렌’은 세이렌을 모티프로 만든 노래다. 선미가 작사·작곡에도 참여했다.

‘사이렌’은 원래 원더걸스 음반에 수록하기 위해 만든 노래였다. 원더걸스가 밴드 형태로 활동한 2015년에 작업해 음반 타이틀곡 후보에까지 올랐다. 선미는 음반 발매 당일 열린 쇼케이스에서 “특이한 소재이지만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만들었는데 밴드 편곡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서 타이틀곡이 못 됐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에 아껴둔 지 2년여 만에 ‘사이렌’은 세상에 나오게 됐다.

노래의 열쇳말은 ‘경고’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상대에게 ‘이 손을 잡는 순간 너는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선미는 자신을 둘러싼 온갖 품평에 대해서도 가사를 통해 일갈한다. ‘네 환상에 아름다운 나는 없어’라는 가사를 통해서다. 선미는 “나에 관한 기사에 ‘못생겼다’ ‘너무 말라서 징그럽다’는 댓글이 자주 달린다”며 “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말했다. 노래에는 ‘저리 꺼져(Get away out of my face)’라는 강도 높은 경고도 등장한다.

‘사이렌’은 지난해 8월 발표한 ‘가시나’와 올해 1월 내놓은 ‘주인공’을 잇는 선미의 3부작 프로젝트 완결판이다. 이들 세 노래에서 선미는 강렬한 콘셉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호평을 받았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선미의 독특한 목소리와 쉽게 귀에 들어오는 목소리, 가사에 담긴 이야기가 균형감 있게 전달되고 있다”며 “좋은 의미로 귀에 남는다”고 평했다.

무대 위 카리스마… 선미가 돌아왔다
앞선 두 곡을 모두 흥행시킨 선미는 ‘사이렌’으로 또 한 번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다. 신곡 공개 다음날인 5일 오전 9시 ‘사이렌’은 7개 주요 온라인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를 석권했고 일간 차트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선미는 소속사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컴백을 앞두고 긴장과 걱정이 많았다”며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앞으로도 변화하고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 음반 ‘워닝’에는 ‘사이렌’ 말고도 ‘어딕트(Addict)’ ‘곡선’ ‘블랙 펄(Black Pearl)’ ‘비밀테이프’ 등 경고를 주제로 한 신곡이 실렸다. 작사·작곡엔 모두 선미가 참여했다. ‘블랙 펄’은 현대인의 가면성 우울증을 소재로 한 곡으로,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경고를 담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선미는 “다들 마음속에 모난 부분이 하나씩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부분 더 잘하려고, 더 좋게 보이려고 애쓴다. 나도 마찬가지”라며 “그런 사람들이 ‘블랙 펄’에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선미는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이를 위해 소속사 제작본부와 계속 소통하고 조언을 받아들였다. “제작본부와 의견이 부딪힐 때도 있었지만 그런 충돌은 곧 대중과의 충돌이라고 생각해 그들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였다”며 “내 취향에 취해 엉뚱한 방향으로 갈 때마다 제작본부에서 많이 잡아줬다”고 했다.

‘워닝’은 선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음반이다. 그는 ‘제2의 엄정화’ ‘제2의 이효리’라는 표현보다 ‘제1의 선미’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선미는 “나는 (이효리나 엄정화처럼) 화려한 느낌을 갖고 있진 않다. 겉모습은 연약하지만 동작 하나, 노래 한 음에서 나오는 힘과 에너지가 나의 개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 하려 해도 그 선배들의 에너지를 온전히 표현할 거란 확신은 없다”며 “나의 정체성과 아우라, 에너지를 새롭게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글=이은호/사진=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