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트럼프,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 문제 논의…북미 협상 앞당길까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남북관계의 발전을 토대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트럼프 대통령도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교착 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4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 대변인은 "두 정상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한미 양국이 각급 수준에서 긴밀한 협의와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의 당위성을 언급했다.

이는 중재자 역할을 맡은 문 대통령이 앞장서서 남북 정상 간 신뢰관계를 공고히 하고 이를 동력으로 삼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자신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믿음`이 있어야 북한도 문 대통령의 중재역을 신뢰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발전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 고무적인 것은 이러한 구상에 트럼프 대통령도 화답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9월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6·12 북미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과 향후 대화 등을 위해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상징적 종전선언을 먼저 해야 한다는 북한을 상대로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며 맞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현 교착상태를 타개할 문 대통령의 중재역이 매우 중요하다.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 이전에 비핵화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미 대화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더욱 문 대통령의 중재역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메신저` 역할이 성공을 거두려면 남북관계 발전이 선결 조건이라는 데 한미 정상이 뜻을 같이한 셈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분수령이 될 대북 특사의 평양 방문을 하루 앞두고 최종적으로 정상 통화로 의견을 조율한 점은 양국 정상 간 공조가 그만큼 긴밀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날 한미 정상통화에서 주목할 또다른 부분은 양 정상이 이달 말 유엔총회를 계기로 직접 만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향후 전략과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대목이다.

애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예정대로 이뤄지고 그 결과를 토대로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비핵화와 관련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면 유엔총회 계기에 종전선언을 하는 이상적 시나리오를 그려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되면서 유엔총회에서의 종전선언 가능성을 작게 점치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와중에도 그 가능성을 아예 닫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한미 정상이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일정을 검토·추진하기로 하면서 이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될 확률은 낮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됐을 때부터 유엔총회 계기 종전선언은 어려워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남북 정상은 4·27 정상회담 당시 판문점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했다.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5일 방북하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금년 중 종전선언을 이루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때문에 종전선언은 남북정상회담과 유엔총회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을 거쳐 10월 이후, 해를 넘기지 않은 시점에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물론 연내 종전선언이라는 남북의 목표가 실현될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호응해주느냐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관리 모드`에 들어가 북한에 강경한 입장으로 태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주로 보수적 성향의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정치현실과 연결된 판단이다.

김주리기자 yuffie5@wowtv.co.kr

한국경제TV 핫뉴스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