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에는 의약품 공급업체가 의사나 의료기관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때 지출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선샤인 액트` 법률이 있습니다.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법을 지난해 말 도입했는데, 아직까지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와 영업대행업체인 CSO에게는 남의 얘기입니다.

계속해서 배성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말부터 보건복지부는 제약사들이 의사나 약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경우 지출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약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한 것입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제약사는 견본품 제공이나 학술대회, 임상시험 지원, 의약품 시판 후 조사(PMS) 등으로 인해 의사나 약사 등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경우 이에 대한 지출보고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문제는 약사법과 시행규칙이 시행됐지만, 보건복지부는 아직까지 제약사들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약사법 개정 당시 ‘회계연도 결산’이라는 독소조항을 넣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보건복지부 관계자

"(지출보고서는) 개별기업의 회계연도 종료 3개월 전에 작성하는 것이다. 내년 3월쯤 완성이 되니깐 아직 요청할 단계는 아니다. 어떻게 요청을 할지 할지, 어떻게 대상을 선정할 지 아직 검토 중이어서..."

특히나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있어서 ‘약사법 개정’은 무풍지대나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국내 유명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 의료진들이 대거 참석한 국제 학회에서,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의료진과의 만찬을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외에서 열린 이 행사의 편의 비용은 모두 미국법인들이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법인은 보건복지부에 지출보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또 의약품 영업을 대행하고 있는 영업대행업체(CSO) 역시 보건복지부에 대한 직접적인 지출보고 의무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제약사가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 강화로 영업대행업체(CSO)에 영업을 맡기는 사례가 늘면서 리베이트는 더욱 교묘하고 음성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영업대행업체(CSO)나 의약품도매상들의 지출보고서 작성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합니다.

<전화인터뷰> 제약업계 관계자

"같은 품질을 같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구조라 리베이트 문제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CSO를 통한 리베이트가 많이 발생되고 있어 (제약사들도) CSO 리베이트를 통제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국가권익위원회도 "영업대행사는 약사법상 의약품공급자(제약사나 수입사, 도매상)에 해당하지 않아 의약품 유통질서를 위반할 때 처벌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복지부도 지난 4월 권익위원회에 `의료분야 리베이트 관행 개선 방안`에 대한 추진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진 제약사에게 관리를 떠넘기고 있는 상황.

보건당국이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잡기 위해 그물망을 펼쳤지만, 다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

배성재기자 sjb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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