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전경.


체납한 세금을 단 한 차례도 납부하지 않은 채 수차례 해외를 오간 유통회사 전 대표에게 출국금지기간을 연장한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유통회사 대표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출국금지기간 연장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가 폐업한 B유통의 대표로 재직할 당시 과세관청은 회사 단기대여금과 인정이자 상당액이 사외 유출돼 귀속이 불분명하다고 보고 A씨에게 인정상여로 종합소득세 2억2천여만 원과 증권거래세 90만 원을 부과했다.


이후 세금에 가산금이 계속 붙어 A씨는 지난해 10월까지 4억여 원에 이르는 세금을 체납했다.


그럼에도 A씨는 성동구에 위치한 빌라 한 채를 6억2000만 원에 매각하고, 2015년에는 회사 주식 17만주를 2억3800만 원에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가족과 함께 2009년부터 출국금지처분 전까지 9번에 걸쳐 일본, 홍콩 등 외국을 왕래했다.


이에 법무부는 2016년경 국세청장의 요청에 따라 국세체납을 이유로 A씨에 대한 출국금지 처분을 내리고, 이후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했다.


그러나 A씨는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킴으로써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없는데도 법무부는 국세를 체납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출국을 금지한 후 그 기간을 연장해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는 4억원의 체납한 세금 중 일부라도 납부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며 "A씨가 출국을 이용해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폐업 이후 C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90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월 300만 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코스닥상장회사로서 국내 유력 회사에 재직 중인 이사의 급여가 월 90만 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체납국세 중 90만 원의 증권거래세는 충분히 납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B유통의 단기대여금 중 귀속이 불분명해 A씨에게 부과된 종합소득세에 대해 A씨는 회사의 임원이던 자신의 남편이 회삿돈을 빌려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둘의 관계가 부부인 점, 대표인 A씨의 승인 없이 남편이 회사로부터 돈을 빌릴 수 없는 점 등에 비춰볼 때 대여금이 A씨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가 2억3800만 원에 매수한 주식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씨는 체납 세금을 먼저 납부하지 않은 채 회사 주식을 매수했음에도 그 자금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면서 "체납국세를 자진해 납부할 의사가 없어 보이고, 오히려 체납처분을 회피하기 위해 재산을 은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국 "A씨가 수차례에 걸쳐 국외에 다녀오기 위해서는 상당한 돈이 들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은닉한 재산으로 출국경비를 마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A씨가 다시 출국할 경우 국내 은닉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거나 해외에서 이를 소비함으로써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판시했다. [참고판례 : 2018구합54088]


조세일보 / 홍준표 기자 honglerance@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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