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고형권 기재부 1차관 등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2018년 세제개편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정부가 돈 보따리를 제대로 풀 기세다.

저소득층 소득 감소에 따른 소득재분배 악화 상황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실질 소득을 늘려주는데 조세정책의 포인트를 맞춘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소득주도 성장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선택으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복지재원 마련을 명분으로 소득세와 법인세율 등을 올리며 '증세기조'를 택했던 정부가 1년만에 '얼굴'를 바꿔, 돈(국고)를 대대적으로 쓰는 기조로 전환한 배경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추가세수 창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방선거를 전후해 잠재되어 있던 경기침체 상황에 대한 비판 여론이 최저임금 인상 문제 등과 연계해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은 국고에 돈이 넘치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향후 한국경제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측면에서 올해 세법개정이 재정적자 폭 증가 원인이 될 소지가 만들어진 모양새.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의 방향은 소득재분배·과세형평 제고, 일자리 창출·혁신성장 지원, 조세체계 합리화를 3대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중 핵심은 '소득재분배'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를 전면에 배치했다.

단독가구는 2000만원 미만(종전 1300만원 미만)으로 홑벌이·맞벌이 가구는 각각 3000만원 미만(2100만원 미만), 3600만원 미만(2500만원 미만)으로 조정해 수급대상자 범위를 넓혔다. 맞벌이 가구 기준으로 지급액은 최대 300만원(종전 250만원)까지 인상했다.

단독 가구의 경우엔 지급액이 두 배(85→15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이 조치로 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가구는 166만 가구(지난해 기준, 지급액 1조2000억원)에서 334만가구(3조8000억원)로 껑충 뛴다.

자녀장려금도 1인당 30~50만원 받던 지급액을 50~70만원까지 올리면서, '근로 빈곤' 소득 지원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려는 모양새다.

올해 세제개편에 따라 향후 5년(2019~2023년) 간 2조3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조세부담 귀착은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이 3조2040억원 줄어드는데, 고소득자·대기업 세부담이 7882억원 늘어난다.

세수 감소 요인으로는 근로장려금(-2조6000억원)이 가장 크다. 근로장려금 확대는 조세지출로 사실상 '감세'나 다름없다. 당장 재정지출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향후 그 만큼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수를 누적법으로 계산하면 5년 동안 소득세수는 15조4222억원이 감소한다.



일자리 창출 등 '지속가능 성장' 중점

일자리 창출·유지에 있어서도 조세정책이 밑거름이 되고 있다.

위기지역(군산시, 거제시 등 9개) 내 창업한 기업은 법인·소득세를 5년 동안 전액 면제받고, 이 지역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사업용 자산에 투자할 경우엔 투자세액공제율이 각각 7%(현3%), 3%(1~2%)로 오른다.

특히 지역특구 감면제도를 고용인원이 증가할 때마다 세제혜택이 커지도록 재설계된다. 가령 기업도시·지역개발사업구역(낙후지역) 제조업의 경우 현 100억원 이상 투자 했을 때만 감면요건을 갖춘 것이라면, 앞으로는 투자금액을 20억원으로 낮추더라도 50명 이상 고용을 했다면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신성장기술 R&D(연구개발) 비용 세액공제 대상에 블록체인 기술 등을 포함시키거나, 신성장기술 사업화시설 투자세액공제 요건 중 R&D 비용 비중을 5%에서 2% 이상으로 낮추면서 혁신성장을 세제측면에서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중견기업이 핵심인력성과보상기금(내일채움공제)에 납입하는 공제부금에 대해 손금산입을 적용하는 등 핵심인력이 장기적으로 근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또 업무와 관련한 지식재산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직무발명보상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연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린다.

합리적이지 못한 조세체계, 정비는 어떻게?

조세체계 합리화 측면에선 대표적으로 '에너지세제 개편'이 꼽힌다.

과도한 환경 부담에 대한 고려 없이 에너지원 간 상대적 가격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발전용 유연탄과 LNG(액화천연가스) 제세부담금 조정이다. 유연탄(kg당) 개별소비세는 36원에서 46원으로 올리고, LNG(kg당) 재세부담금은 91.4원에서 23원으로 낮춘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방침.

면세점 진입장벽은 낮춘다. 면세점 운영인의 특허기간(5년) 만료 시, 1회 갱신을 추가적으로 허용한다. 또, 대기업 면세점이 판매하는 중소·중견기업 제품 매출에 대해 특허수수료를 내린다. 매년 초 지역별 특허 가능 개수도 사전해 공표한다. 면세점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다.

지연이자 성격의 납부불성실가산세·가산금을 각각 연 9.13%(현 10.95%), 9.0%(14.4%)로 낮춘다. 납부지연에 대한 제재성격일지라도 과도한 납세부담은 조금이나마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납세협력의무 위반에 대한 부가가치세 가산세 부담도 덜어준다. 신용카드매출전표 미제출 시 가산세율을 공급가액×1%에서 0.5%로, 전자세금계산서 지연전송·미전송시 가산세율은 공급가액×0.5·1%에서 0.3%·0.5%로 내린다.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yubyoup@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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