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가족, 가축에 비유·조롱…" 시민단체 수사 촉구
"우리 일곱 아이를 볼 때마다 사람들은 혜택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나라에서 다 키워주겠네`라고 비아냥거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라에 어떤 것도 바란 적이 없습니다. 그저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기만을 바랍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자녀 가정을 향한 혐오 댓글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7남매의 엄마 김 모 씨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부정적인 시각이 너무 많다"며 "(아이를 많이 낳았다면서) 개, 돼지, 소같이 가축에 비유하는 댓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의 회원인 김 씨는 "그 댓글을 우리 아이들이 다 봤다"며 "너무 마음이 아팠고,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경찰에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김 씨는 기사 댓글 60여 개를 추려 이들 작성자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청에 접수했다.

김 씨는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며 "우리가 바라는 건 단 하나, 우리를 보는 시선을 바꿔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의 큰딸인 중학교 3학년 윤 모 양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다산하는) `햄스터냐`는 등의 댓글들을 보면서 사람들한테 실망했고, 평생 안고 갈 상처를 입었다"며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온 셋째 윤 모 군은 "늘 그렇듯 이런 일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데 이 때문에 피해자만 계속 손해를 본다"며 "혐오 댓글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지만,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도 절대적"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사람이 다치고 죽는 것을 방치하는 대한민국 사회는 명백하게 비정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정부는 혐오 표현을 방치함으로써 혐오 문화를 조장해 공범자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가 혐오 표현 규제를 포기한 사이 혐오 댓글의 피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대다수의 유럽국가와 캐나다, 뉴질랜드에는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법규가 있다"며 "혐오 댓글 피해자들의 삶은 망가지고, 아이들의 영혼은 좀 먹고 있는데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느냐"고 성토했다.

이들은 경찰 당국에 다자녀 가정 혐오 댓글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정부와 국회에 혐오 표현 규제법 마련을 재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김주리기자 yuffie5@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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