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48) 마르크스(중): 소외론
철학자의 역할은 “세계 변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극렬하게 반대하며 변혁시키려 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자본주의 체제가 인간을 소외시킨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소외’는 마르크스의 철학 사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관통하는 개념이다. 마르크스는 소외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소외의 원인으로서 사유 재산 제도를 비판하고, 이것에 근거해 성립된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며, 이것을 정당화하는 당시 자본주의 경제학을 비판했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본질을 노동에서 찾고 있다. 노동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말은 인간은 노동을 함으로써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노동을 통해 자연을 변화시키며 동시에 자기를 실현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적으로 창조적, 생산적, 예술적, 미적인 존재로서 자신들의 생산물 속에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자본주의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창조적 욕구가 자연스럽게 분출되는 그런 노동이 이뤄지지 않는다.

마르크스가 생각한 ‘노동’

마르크스가 보기에 자본주의 사회는 겉으로 보면 고전 경제학자들의 말처럼 임금과 노동은 경쟁에 의해 결정되므로 공정성 측면에서 양측이 평등한 조건 아래 공정한 계약을 한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오로지 임금에 의해 먹고사는 노동자는 생존을 위해 자본가가 제시하는 노동 조건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한다. “노동자의 노동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강제적이며 따라서 강제 노동이다. 그러므로 그의 노동은 그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못되고 다만 노동 이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는 자기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부정하고, 행복감보다 비참함을 느낄 뿐이다.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가 말하는 인간으로서 자신을 상실하는 상황인 ‘인간 소외’이다.

그런데 마르크스에게 이와 같은 ‘인간 소외’는 단순히 하나의 사회를 해석하는 개념이 아니라 세계의 혁명적 변화에 대한 호소이며 요청이었다. 마르크스는 이런 인간 소외가 끝나려면, 급격한 혁명을 통해 임금, 소외된 노동, 사적 소유를 폐지하는 것, 즉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야만 진정한 인간성이 회복되고, 인간의 창조적 능력이 발휘되며, 그리고 최초로 진정한 개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마르크스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사회에서 노동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한 가지 배타적인 활동 영역을 지니지 않고 각자가 원하는 어떤 분야에서나 성취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사회가 전반적인 생산을 규제하여 내가 오늘은 이것을 하고 내일은 다른 것을 하는 것, 사냥꾼이나 어부나 목동이나 비평가가 되지 않고도 마음 내키는 대로 아침에 사냥하고 오후에 물고기를 잡고 저녁에 소떼를 치고 저녁식사 후에 비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공산당 선언》

물론 마르크스가 살던 산업혁명 당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비참한 상황을 보면 자본가에 대해 분개하고 노동자의 처지에 대해 동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부조리와 착취에 맞서고자 했던 마르크스가 꿈꾸는 사회주의 사회에 대한 청사진의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애정과 믿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카를 포퍼 “사회주의 표어는 허구”

마르크스
마르크스
그러나 우리는 마르크스가 인간에 대해 전제하고 있는 “인간은 자연적으로 협동적이다. 경쟁과 이기심은 무엇보다 자본주의 사회 구조의 결과이다”라는 가정이 과연 옳은지를 물어봐야 한다. 이 모든 것에 대해 마르크스가 옳기를 희망할 수는 있겠지만, 역사적으로나 현실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증거는 항상 그의 주장 편은 아니다. 철학자 카를 포퍼가 “젊었을 때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자는 바보이고, 늙어서까지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아 있는 자는 더 바보”라고 말한 것은 그가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가진다”는 사회주의 표어의 허구성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기억해주세요

우리는 마르크스가 인간에 대 해 전제하고 있는 “인간은 자연 적으로 협동적이다. 경쟁과 이 기심은 무엇보다 자본주의 사회 구조의 결과이다”라는 가정이 과연 옳은지를 물어봐야 한다.

서울국제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