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상하이)=김종학 기자] 의사는 수술 가운을 입는 대신 원격 로봇 조종대에 앉는다. 그는 수술실에 누워있는 환자 모습을 초고화질 영상으로 전송 받아 화면만 보고 수십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수술을 집도한다.

1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고난도 수술을 로봇으로 원격 조작하는 5G 네트워크 기술을 이끌고 있는 건 중국 정보통신기술 회사들이다.

미국이 자율주행차, 무인 차량 기술을 이끌고 있지만, 교통 흐름을 인공지능 센서가 달린 카메라와 5G 네트워크 장비에선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눈으로 확인한 중국의 `5G 굴기`…주인공은 `화웨이`
(사진설명= MWC 상하이 2018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중국 화웨이의 부스)

◇ 중국, 5G 주인공으로 올라서다

중국 상하이 푸동에서 진행 중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 상하이(MWCS)2018’에서 눈에 띄는 것은 ‘5G 굴기’라 할 만한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다. 올해 초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 연계 행사로 지금까지는 ‘볼 일’없는 행사로 여겨졌지만 올해는 다르다.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는 없지만 5G 네트워크 장비와 콘텐츠에 대한 중국 통신회사들과 장비업체들의 무서운 성장을 확인하러 전 세계 이동통신사 CEO들이 몰려들었다.

한국에서 5G 통신장비 도입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화웨이는 명실상부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이다. 7개 전시관 가운데 메인홀 N3홀의 4분의 1에 가까운 초대형 부스를 차리고, 초대받은 관람객만 인증을 거쳐 부스를 관람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세계 표준이 된 5G 네트워크 장비 기술, 반도체, 원격 수술, 무인 자동차 원격 제어,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스마트시티 시연 등을 보기 위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인파가 몰려들었다.

에릭 쉬(Eric Xu) 화웨이 회장은 2008년부터 10년에 걸쳐 60조 원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세계이동통신협의회(GSMA)의 5G 기술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작년에만 우리 돈 15조 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이번에 선보인 초소형 모뎀은 5G 기술표준으로 지정됐고, 통신사들이 2G부터 4G까지 구형 기지국을 철거하지 않아도 하나의 안테나로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까지 선보이는 등 기술력에서 일년 가까이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에릭 쉬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그동안 축적한 5G 기술을 싼값에 협력업체들에게 제공해 시장을 먼저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더 이상 가격만으로 중국 업체들을 낮게 평가할 수 없다는 인식은 행사에 참가한 국내 통신사들의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KT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구현해 전 세계 사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참석한 황창규 회장은 중국의 경쟁력이 예상을 뛰어넘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해외에서도 에릭슨의 뵈리에 에크홀름 등 화웨이와 경쟁하는 통신장비업체 CEO들도 중국 기술을 보기 위해 행사에 참석했다.
눈으로 확인한 중국의 `5G 굴기`…주인공은 `화웨이`
(사진설명 : 차이나텔레콤은 5G존을 마련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 `세계 최초`라기엔…입지 좁아진 한국

매트 그란리드 GSMA 상무이사는 MWCS2018 개막식에서 “초고속, 초저지연이 가능한 5G 기술을 통한 인공지능이 전 세계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잠재력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은 국내 통신 3사에 3.5GHz 대역을 나눠주고 내년 1분기부터 세계 첫 5G 기술을 상용화할 목표를 세웠다.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통신사들이 계획한 상용화 시점보다 1년이나 빠른 계획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해당 대역의 주파수는 도달 거리가 짧아 천문학적인 장비 설치 비용이 필요한 데 높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가진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5G 장비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산업에서 중국의 굴기는 무서울 정도다. 스마트폰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도 중국에서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 아래로 떨어졌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절반 가격에 같은 품질, 중국인들에게 맞춰 개발된 비보, 오포, 샤오미에게 자연스레 시장을 빼앗겼다. 삼성전자는 이번 MWCS2018 행사에 시스템반도체인 엑시노스(Exynos), 메신저 솔루션만 선보였을 뿐이다.

중국 본토에서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라는 점을 감안해도 노키아가 차이나텔레콤과 손잡고 인공지능망을 통한 얼굴 인식, 교통망 관제, 스마트시티를 구축한 걸 감안하면 한국 업체가 관련 기술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이 5G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들의 성장을 막기 위한 방패는 미국과 호주 등이 제기한 보안 문제 정도다. 한국도 5G 장비 도입에 앞서 같은 딜레마를 겪고 있다. 한국은 LTE 서비스까지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이끌어왔지만 이제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민간 기업차원의 경쟁이기도 하지만 황 회장의 말처럼 인공지능, 빅데이터 시대의 기반이될 통신장비 사업에서 범국가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눈으로 확인한 중국의 `5G 굴기`…주인공은 `화웨이`
(사진설명 : MWC 상하이 2018에 참여한 삼성전자)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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