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다한 이야기] `군에 말뚝을 박겠다고?`…취업매거진 편집장의 고민
아들 녀석이 군에 말뚝을 박겠다고 얘기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활달하고 붙임성이 좋아 어떤 일을 할까 기대가 컸기에 더욱 의외였다. 혹시 빨리 장가가고 싶은 마음에 억지로 짜낸 궁여지책이 아닐까. 휴가 나온 아들에게서 속마음을 확인해봤다. 녀석은 나름대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월급 또박또박 나오지, 집 문제 해결되지, 이사를 자주 다닐 필요도 없지.... 얘기를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청년실업률이 하늘을 찌르는 요즘 이처럼 좋은 직업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공무원이 이 시대 청년취업의 대세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적성에는 맞을까.

◇ "군복이 불편하지 않아요"

"군복이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군복을 입고 못 할 일이 없는데 왜 선입견을 품는지 모르겠다고 녀석은 오히려 반문했다. 대학 졸업 후 실용음악과를 다시 진학할 정도로 생각은 자유분방하지만 크게 말썽부린 일은 없이 무난하게 커 오긴 했다. 출세욕이 없는 것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겠지.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말부터 한국경제매거진 캠퍼스 잡앤조이(JOB & JOY)에서 편집장을 맡으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이 나의 일상사가 돼 버렸다. 기자들이 취재해온 취업성공기를 읽을 때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류전형부터 인·적성검사, 몇 차례 면접까지 숨 막히는 준비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과연 내가 지금 입사준비를 한다면 취업할 수 있을까`라며 자문해보기도 한다.

◇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작은 영웅들`

아쉬움이 남을 때도 있다. 상당수 취준생들의 눈높이가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에 맞춰져 있어서다. 그러다 `선(先)취업 후(後)진학` 기사를 접할 때면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특성화고(직업계고) 학생들이 주 독자층인 월간지 1618에는 흥미진진한 `모험스토리`가 수두룩하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진로에 관심을 두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적성에 맞춰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간 `작은 영웅들` 이야기들이다.

"마케팅 실무를 담당하면서 전공 지식을 배우다 보니 강의 내용이 머릿속에 더 잘 들어와요"(S씨), "일찍 회사에 취직해 실무경험을 쌓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대졸 사원들보다 더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생각했다"(K씨) 등등.

작금의 청년실업 대란은 왜곡된 사회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다. 후진국처럼 일자리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고학력 청년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출 만한 일자리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전체 기업의 90%가 넘는 중소기업에선 일손이 모자라 해외에서 인력을 충원한다. 공급도 넘쳐나고 수요도 넘쳐나는데 서로 아귀가 안 맞는 것이다.

◇ 칼자루는 부모가 아닌 청년들이 쥐고 있다

칼자루는 청년들이 쥐고 있다. 당장 성에 차지는 않아 보이지만 미래를 바라보고 중소기업에 도전해보는 것 말고 달리 길이 없어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취준생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쏟는 이유다.

한국경제매거진에서는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을 찾아다니며 특성화고 및 선(先)취업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있다. 토크콘서트(고등학생 대상 행진콘서트, 중학생 대상 동행콘서트)를 개최해 특성화고 출신 선배(멘토)들의 취업 무용담을 들려주며 직업의 세계에 빨리 눈을 뜨도록 돕는다. 교육부,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함께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지 8년째다. 올해는 총 10회 개최돼 작년보다 2회 더 늘었다.

학부모들도 이런 토크콘서트에 많이 참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학진학이나 취업에 대한 부모들의 굳어 있는 생각부터 하루빨리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취준생들이 득실거리는 군부대는 특히 시선을 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상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이다.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년들의 힘찬 도약을 위해 본인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이 새롭게 지혜를 모을 때다.

김병일 캠퍼스 잡앤조이 · 1618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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