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자산관리사(PB) 등 전문가들은 지금은 성급하게 투자를 결정하기보다 시장 상황을 관망할 시점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등 추가 하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추가로 큰 폭의 조정이 나타나면 주가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와 낙폭 과대주 등을 중심으로 분할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미국 등의 경기가 여전히 좋은 만큼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 자산 비중 높여야”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추가로 폭락하지는 않더라도 쉽게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장세는 아닌 만큼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이번 조정은 미국이 ‘결자해지(結者解之)’할 때까지 향방을 가늠할 수 없다”며 “다음주 설 연휴 국내 증시 휴장으로 시장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시 불거지고 있는 북한 리스크(위험)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혔다. 김희석 KB증권 강남스타PB센터 지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북한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이달 말까지는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현금 보유 비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비중 높이되 급락 땐 분할 매수를"
신중론자들은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금(金)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 불안이 이어지면 달러와 금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 달러 재테크 상품인 ‘KOSEF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합성)’ ETF는 이달 들어 4.09% 올랐다. 올 들어 1060원대에 머무르던 원·달러 환율이 1090원대로 크게 오른 영향이다. 금값 연계 ETF인 ‘TIGER 금은선물(H)’도 이날 80원(1.01%) 오른 7995원에 장을 마쳤다. 신동일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1160원까지는 무난히 상승할 수 있다”며 “미국 증시가 조정받는 만큼 원화를 달러로 바꿔 미국 주식을 사는 전략도 가능하다”고 했다.

◆“지나친 급락은 저가 매수 기회”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나면 적극적인 베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변한 것이 없다”며 “섣불리 손절매하기보다 기다려보는 게 적절한 대응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저가 매수를 권하는 PB도 있었다. 김현주 하나은행 압구정역PB센터 부장은 “다음달까지 국내 증시가 중간중간 흔들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올해 최대 정치 이벤트인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큰 폭의 조정이 나타날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피200지수 및 코스닥150지수와 연동하는 ETF,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한 낙폭과대주,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낮은 저평가주 등이 저가 매수 대상으로 꼽혔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CIO)는 “역사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는 악재지만 장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했다”며 “철저하게 저평가 주식들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만수/박종서/나수지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