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켕긴다'는 마음을 다잡을 때도 쓰죠
화살을 쏠 때 시위에 화살을 걸어 힘껏 당기는데, 이걸 '켕긴다'고 한다. '켕기다'는 본래 '단단하고 팽팽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연줄을 힘껏 당겨 단단히 켕기는 것이다.

한 해를 시작하는 즈음엔 누구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진다. 그럴 때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화두로 즐겨 올리는 말이 ‘해현경장(解弦更張)’이다. 낡은 줄을 걷어내고 새 줄을 팽팽하게 맨다는 뜻이다. 사사로이는 초심을 잃지 않고 각오를 단단히 할 때 꺼내드는 말이다. 정치적·사회적으로는 묵은 제도를 개혁해 새롭게 한다는 의미로 쓴다. 중국 한나라 때 유학자인 동중서가 널리 인재를 등용하려는 무제(武帝)에게 올린 글에서 유래했다.

시위 한껏 켕기는 마음가짐

이 말은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는다는 그 의미도 새겨야 하지만 우리말과 관련해서도 살펴볼 게 꽤 있다. 현(弦)은 본래 활시위를 말한다. 시위란 활대에 걸어서 켕기는 줄이다. 화살을 쏠 때 시위에 화살을 걸어 힘껏 당기는데, 이걸 ‘켕긴다’고 한다. ‘켕기다’는 본래 ‘단단하고 팽팽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연줄을 힘껏 당겨 단단히 켕기는 것이다. 잔뜩 긴장을 하면 목줄기가 뻣뻣하게 켕기기도 한다. 여기서 쓰임새가 넓어져 ‘마음속으로 찜찜한 게 탈이 날까 봐 불안스럽다’란 뜻으로도 쓰이게 됐다. ‘거짓말한 게 켕겨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할 때의 그 ‘켕기다’다. 지금은 이 말을 이렇게 더 많이 쓴다.

상현달(上弦-), 하현달(下弦-) 할 때도 이 ‘현’이 쓰였다. 순우리말로는 모두 반달이다. 이에 비해 쟁반같이 둥근, 꽉 찬 달은 온달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보름달이다. 달은 그 모양에 따라 초승달로 시작해 상현달(북반구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른쪽으로 둥근 반달이다), 온달을 거쳐 하현달(왼쪽으로 둥근 반달), 그믐달로 달리 부른다. 이를 우리 선조들은 기울고 찬 정도로 구별했으니, 속담에 ‘달도 차면 기운다’란 말은 그렇게 생긴 말이다. 세상의 온갖 것이 한번 번성하면 다시 쇠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달이 기울고 찼다는 표현에서 우리말의 살가움이 느껴진다.

‘경장’은 곧 ‘개혁’을 뜻해

홍성호 한국경제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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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에서 그믐달까지 모습을 바꾸는 동안은 ‘삭(朔)’이라고 한다. 한 달이란 기간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글세니 칠삭둥이 같은 말에 그 의미가 담겨 있다. 사글세는 애초에 ‘삭월세(朔月貰)’였는데 발음이 변해 지금은 사글세가 본말을 밀어내고 표준어가 됐다. 朔은 원래 초하룻날을 가리킨다. 달 월(月)과 거스를 역()이 어울린 글자로 달이 되살아난다는 뜻에서 초하루를 나타내는 말이 됐다. 매달 음력 초하룻날인 삭일에는 달이 태양과 지구의 일직선상에 놓여 보이지도 않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 된다.

초승달의 초승은 초생(初生)이 변한 말이다. 삭일 뒤 음력 3일께 뜨는 달이다. 그믐달의 그믐은 음력으로 그 달의 마지막 날을 가리킨다. 흔히 쓰는 섣달그믐은 한 해의 마지막 날, 즉 12월31일을 뜻한다. 이때 섣달이란 음력으로 한 해의 맨 끝 달을 가리킨다. 양력으로는 신년 초가 지났지만 민족 최대 명절인 설(양력 2월16일)을 앞두고 있어 음력으로는 아직 섣달인 셈이다. 섣달그믐이 지나면 비로소 정월 초하루, 즉 새해 벽두를 맞는다. 이날 떡국을 먹고 난 뒤에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하는 게 우리 풍속이다. 그래서 이중과세(二重過歲)라는 말이 나왔다.

‘경장(更張)’은 직역하면 고쳐서 베푸는 것이다. ‘해현’과 어울려 거문고의 줄을 팽팽하게 고쳐 맨다는 뜻을 나타내니, 곧 혁신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구한말 갑오년(1894년)에 개화파가 단행한 개혁이 바로 ‘갑오경장’이다(지금은 ‘갑오개혁’이란 용어로 바뀌었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