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집의 양·곱창구이
평양집의 양·곱창구이
서울 용산역 주변에는 오래된 맛집이 많다. 30~50년 정도의 세월을 지닌 ‘노포’들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용산의 지난한 역사 때문일까. 유난히 ‘속풀이용’ 해장 메뉴와 코끝 찡한 칼칼한 음식을 내놓는 맛집이 즐비하다.

50년 역사를 지닌 삼각지의 터줏대감 ‘평양집’은 차돌박이와 곱창, 내장곰탕으로 유명하다. ‘봉산집’은 차돌박이, 막장찌개로 평양집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38년간 대구탕을 끓여온 ‘원대구탕’, 37년간 삼각지 고가 아래 작은 가게를 지키고 있는 ‘문배동 육칼’도 이 지역 명소다. 40여 년 역사를 지닌 생태 매운탕집 ‘한강집’은 리모델링을 마친 뒤 끼니때마다 늘어선 줄이 더 길어졌다. 서울 3대 탕수육집으로 불리는 삼각지 ‘명화원’은 허름한 분위기와 다르게 무척 세련된 맛을 낸다.

봉산집의 차돌박이
봉산집의 차돌박이
신용산역 인근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식당이 부쩍 많아졌다. 용산우체국 뒤편에 있는 북천돈까스(일식 돈가스)와 프라그로다이너(수제버거와 브런치), 봉쥬르14도(유럽식 비스트로) 등 트렌디한 식당이 인기다. 오근내닭갈비도 지갑 얇은 젊은이들에게 사랑받으며 2호점까지 냈다. 최근 미쉐린가이드가 합리적인 맛집으로 꼽은 ‘빕 구르망’에도 선정됐다. 오근내는 춘천의 옛 이름이다.

유명 떡볶이집 ‘현선이네’도 용산이 고향이다. 전국에 지점이 많아졌지만, 세월을 간직한 허름한 본점에서 먹는 맛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용산 이전은 이 지역 카페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본사 건물 주변 골목마다 더챔버, 오후3시라플레, 퀸즈브라운, 산토리니, 컴컴커피, 라바테라, 카페40번지, 시애틀, 원더랜드 등 크고 작은 카페가 새로 들어섰다. 외식업계에는 ‘아모레 직원들이 먹는 게 곧 뜬다’는 말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용산에 본사를 새로 짓는 동안 이 회사 직원들을 따라 서울 을지로로 이사했다가 다시 돌아온 카페 주인도 많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