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지형 바꾸는 디지털 혁명 (5)·끝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관리 판이 바뀐다

MS는 '인공지능 비서' 도입…일정관리 통해 업무효율성 높여
자라, SNS로 매장 간 협업, 지멘스는 '스마트 팩토리' 기술교육
인력은 그대로…생산성은 9배↑
상대평가 탓에 짐싸던 어도비 직원들…'체크인' 도입으로 생산성↑

‘다음주에는 어떤 고객을 만나야 할까.’

마이크로소프트(MS) 직원들은 이런 생각이 들면 ‘마이 애널리틱스(my analytics)’ 프로그램을 켠다. MS가 개발해 지난해부터 서비스하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개인의 업무를 돕는 인공지능(AI) 비서다. 이번주에 받은 이메일에 대한 나의 답장률은 얼마인지, 중요한 업무 파트너인데 연락이 뜸했던 사람은 누구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내가 집중해서 일한 시간도 계산된다. 이번주에 일을 평소보다 적게 했다는 데이터가 나오면, 스스로 더 효율적으로 업무 강도를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자율성’ 강조한 인재 관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의 인재관리 방식도 변하고 있다. 형식적이고 경직된 업무 목표만을 내세우던 전통적 인사관리는 이제 직원의 ‘자율성’과 ‘협업’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구글은 이런 점을 반영해 ‘인재관리’라는 용어 대신 ‘인재운영(people operations)’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기업이 직원을 관리하는 체계가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는 개념이다.

좋은 혁신사례로 꼽히는 곳은 소프트웨어 업체인 어도비다. 어도비는 2012년 성과주의(상대평가) 위주였던 기존 인사평가 체계를 폐지했다. 인사평가에 연간 8만 시간 이상 투입됐지만, 성과를 발표하면 퇴사자가 속출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대신 어도비는 ‘체크인’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업무평가서와 같은 서류를 폐지하고 실시간 소통과 조율을 강조한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업무 목표가 연초에 정해져 연말까지 이어졌지만 이제는 관리자와 수시 소통을 통해 직원 스스로 목표를 반복적으로 수정한다. 보상 체계는 순위와 등급이 아니라 실적 위주 평가로 변경됐다. 어도비 관계자는 “체크인 도입으로 인사평가에 투입되는 시간이 대폭 절약됐고, 퇴사자는 30% 가까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키워드는 ‘협업’

직원 간 협업 강화도 인재관리의 주목할 만한 변화다. 다양한 산업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일 부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MS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12년과 비교해 현재 직원 한 명이 함께 일하는 팀의 숫자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자라(ZARA)’는 기업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야머(yammer)’를 활용해 매장 간 협업을 늘리고 있다. 전 세계 매장이 SNS를 통해 판매 패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반소매 제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정보를 공유하면 비슷한 기후와 유행을 타는 나라의 매장에서 반소매 제품을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는 식이다.

새로운 업무 방식에 대한 교육도 생산성 증대의 중요한 요인이다. 독일 지멘스는 스마트 팩토리 도입과 함께 직원들에게 ‘데이터 분석’ ‘시스템 관리’ 등 새롭게 요구되는 기술 교육에 나섰다. 공장 자동화로 인해 상당수 인력이 구조조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직원들은 새로운 교육을 통해 각자에게 맞는 업무를 다시 할당받았다. 지멘스 관계자는 “기존 인력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은 과거에 비해 약 9배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 데이비드 버커스 미국 오럴로버츠대 경영학 교수. 저서 《경영의 이동》에서

상대평가 탓에 짐싸던 어도비 직원들…'체크인' 도입으로 생산성↑

“위대한 경영자들은 업무가 처리되는 모든 곳을 혁신한다. 업무의 본질이 산업 기반에서 지식 기반으로 변한 새로운 경영시스템에서는 당연히 ‘사람’을 그 중심에 둬야 한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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