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17’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20일(현지시간)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17’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20일(현지시간)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구글이 5년 후 제약회사가 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20일(현지시간)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17’이 열리고 있는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 콘퍼런스룸. 아툴 뷰트 UC샌프란시스코 컴퓨터헬스사이언스 연구소장은 ‘임상의학 혁신을 위한 빅데이터의 활용’이란 주제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구글처럼 방대한 데이터와 플랫폼을 보유한 회사들이 제약·바이오산업을 장악할 것이란 분석이다.

◆빅데이터에 빠진 제약업계

글로벌 바이오업계의 화두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빅데이터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한 주제발표는 행사기간 내내 마련됐다. 지난 19일 개막한 이 행사는 22일까지 열린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산업이 융복합된 분야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이나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건강을 점검, 관리하고 질병을 예측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날 발표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은 소프트웨어가 제약시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클라인 클릭테라퓨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소프트웨어는 약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약보다 더 낫다”며 “부작용도 없고 비용도 적게 든다”고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센서를 통해 혈압, 체중, 혈당과 같은 기초 정보를 비롯해 유전자 정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빅데이터와도 연결된다. 빅데이터 관련 세션에서는 병원에서 빅데이터가 활용되는 사례와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데 빅데이터를 적용하는 방법이 소개됐다. 발표자로 나선 뷰트 연구소장은 “공개된 수천만 건의 의약품 데이터와 환자 유전정보를 활용해 약의 새로운 효능을 발굴하고 임상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소아과 전문의이자 의료계 빅데이터 전문가인 그는 브라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가 창업한 누메디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간질 치료제가 염증성 질환에도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존 약품의 새로운 효능을 재발견함으로써 신약 개발과 같은 성과를 낸 것이다. 뷰트 연구소장은 “직원이 수천 명인 글로벌 제약사가 수조원을 쏟아부어도 임상에 실패하는데 직원이 4명뿐인 누메디는 ‘단 돈’ 5만달러(약 5700만원)에 임상 2상에 성공한 사례를 만들어냈다”며 “앞으로 제약사도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차고에서 소규모 창업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바이오기업에 잇단 ‘러브콜’

올해 24회째를 맞은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은 미국 생물산업협회(BIO)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다. 세계 70여 개국 바이오산업 및 연구 관계자 1만600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 기업 수는 1800여 개에 이른다. 국내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코오롱생명과학 등 7곳이 전시장에 부스를 세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가상현실(VR) 기기를 설치해 인천 송도 공장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올해 처음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홍보에 나섰다.

올해는 한국 바이오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메디프론은 먼디파마 룬드벡 등과 미팅할 예정이고 신라젠은 머크, 화이자, 노바티스 등 20개사와 릴레이 미팅을 한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작년엔 글로벌 제약사들을 쫓아다니며 미팅을 요청했는데 올해는 먼저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며 “달라진 한국 바이오산업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