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활용 '빅봇' 서비스로 중소기업 수출 지원
75만6100㎞. 김재홍 KOTRA 사장(사진)이 2015년 1월 취임한 뒤 이동한 거리다. 지구 18바퀴가 넘는다. 총 48개국 74개 도시에서 보낸 시간은 278일. 현지 정·관계 인사를 만나고, 현지 기업인의 애로사항도 듣는다.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전 세계 86개국에 지원 인프라를 두고 있는 KOTRA가 21일 창립 55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19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만난 김 사장은 “지난해 2400개 내수기업이 KOTRA를 통해 수출 기업으로 거듭났다”며 “앞으로도 ‘민간 외교관’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KOTRA는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20일부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기업별로 맞춤형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는 ‘해외 시장 빅봇 서비스’도 시작했다. 김 사장은 “예를 들어 치실을 판매하는 회사가 회사 코드를 입력하면 이 회사의 기술력과 해외 마케팅 역량을 진단해 준다”며 “이후 전 세계에서 치실사업을 하기에 유망한 시장을 순서대로 보여주고, 해당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어떤 인증 제도를 거쳐야 하는지 등을 ‘맞춤형’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빅봇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KOTRA가 지난 55년간 축적한 데이터 덕분이다. 2만여 개 중소기업에 대한 글로벌 역량평가, 8만 개의 외국 기업 및 해외 바이어 정보, 70만 건의 수출입 통계, 연간 4만 건의 무역투자 상담 내용을 종합해 데이터화했다. 특정 품목을 특정 국가에 수출하려는 기업에 필요한 유관기관 사업도 알려준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2400여 개 내수기업을 수출기업으로 변신시키는 게 목표다. 먼저 수출전문위원 제도를 활성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대기업 등에서 정년까지 일하다가 퇴직한 인적 자원 중 수출 노하우가 있는 이들을 전문위원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1 대 1로 수출 노하우를 전수하는 역할을 맡았다. 수출전문위원 수는 현재 180명에 달한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지원단도 적극 가동하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중견 방적업체인 삼일방은 미국 애틀랜타에서 미국의 중견 방적기업인 뷸러퀄리티얀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KOTRA가 단독 매수 주관사를 맡았다. 외부 자문사에 맡기면 최소 5억원의 비용이 드는 계약 규모였다. 김 사장은 “당시 회사 측으로부터 ‘KOTRA가 아니었으면 계약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앞으로도 비용상의 문제로 외부 자문사에 계약을 맡길 수 없는 중소기업이 활발한 M&A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약 10건, 올해는 4건의 M&A가 성사됐다.

김 사장의 지론은 ‘수출 증대는 곧 일자리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비중을 50%로 늘리면 신규 일자리는 100만 개 이상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