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세계 최초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
탈모는 굵고 검은 모발이 점점 얇아지고 색이 옅어지다가 결국에는 빠지는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은 아니지만 외모와 직결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탈모를 극복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기원전으로 거슬러간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머리에 염소 오줌을 발랐고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비둘기 똥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로마 황제 줄리어스 시저는 탈모를 가리려고 월계관을 썼고 온갖 민간요법에 매달렸다고 한다.

인류의 오랜 고민이 풀린 것은 불과 20년 전이다. 다국적 제약사 MSD가 경구용 남성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를 내놓고서다. 프로페시아는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나온 GSK의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와 함께 탈모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프로페시아는 탈모의 원인이 되는 남성호르몬 변환 물질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을 생성하는 제2형 5-알파 환원 효소를 차단해 탈모를 치료한다. DHT는 탈모 유전자를 가진 남성의 두피 모낭을 공격해 모발을 얇고 가늘게 만든다. 아보다트는 1형과 2형 모두를 차단한다.

프로페시아는 1974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나온 한 연구결과가 발단이 됐다. 선천적으로 5-알파 환원 효소가 결핍된 남성에게서는 남성형 탈모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프로페시아는 FDA 승인에 앞서 실시한 대규모 임상에서 환자 10명 중 9명이 모발이 다시 자라거나 더 이상 탈모가 발생하지 않는 효과를 냈다.

국내에는 2000년 출시됐다. 2008년 특허가 만료되면서 JW중외신약 ‘모나드’, 한미약품 ‘피나테르’ 등 49종의 제네릭(복제약)이 나왔다. 아보다트는 2004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먼저 출시됐다가 2009년부터 탈모 치료제로도 처방되고 있다. 지난해 1월 특허가 풀렸고 제네릭은 39종에 이른다. IMS헬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외처방액은 프로페시아가 354억원, 아보다트가 316억원(전립선비대증 처방액 포함)이었다. 프로페시아 아보다트 등은 남성 탈모 치료제여서 여성에게는 처방하지 않는다. 불임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