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작업에 최소 15년, 6천437억원 들어갈 것으로 추산
원전 수명연장 없고 신규 원전 백지화 등 원전정책 전환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587㎿급)가 가동 40년 만인 19일 퇴역식을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내 상업용 원전이 퇴출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19일 오전 10시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수원 직원, 주민 등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리 1호기 퇴역식을 열었다.

퇴역식은 국민의례, 경과보고, 치사,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퍼포먼스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노기경 고리원자력본부장은 인사말에서 "정전 사고로 인근 주민이 놀란 일도 있었지만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의 역할로 원전의 안전과 투명성이 높아졌다"면서 "시민·사회단체와의 간격을 좁히도록 한수원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선규 부산 YWCA 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와 약속하신 신고리 5, 6호기 건설 백지화 약속을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앞서 지난 17일 오후 6시 고리 1호기로 들어가는 전기를 차단한 데 이어 약 38분 뒤 원자로의 불을 껐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이 멈춰 사망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평소 300도에 달하는 고리 1호기 온도는 이때부터 서서히 식어 19일 0시 영구정지 기준인 약 93도까지 떨어졌다.

고리 1호기는 1977년 6월 18일 원자로에 불을 붙인 이후 1978년 4월 29일 본격적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당시 고리 1호기의 총 공사비는 3억달러(약 3천400억원)로 1970년 우리나라 1년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였다.

막대한 사업비로 국내외에서 무모한 사업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정부는 영국과 미국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공사를 진행했다.

고리 1호기는 안정적 전기 공급으로 우리나라가 산업국가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0년간 생산한 전력은 15만 기가와트로 부산시 전체 한해 전력 사용량의 34배에 해당한다.

고리 1호기는 2007년 설계수명인 30년이 만료됐지만 10년간 수명 연장이 결정돼 모두 40년간 전력을 생산했다.

퇴역한 고리 1호기를 해체하는 데는 최소 15년의 세월이 필요할 전망이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해체 계획서 마련, 사용후핵연료 냉각과 반출, 시설물 해체를 거쳐 2032년 12월 부지 복원까지 끝내는 데 6천437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대한민국 1호 원전'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는 우리나라 원전정책에도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역식 기념사에서 "원전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이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말해 건설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신고리 5·6호기 건설 부지가 있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과 한수원 노조 조합원 550여 명은 이날 고리원자력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를 예정대로 건설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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