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네이버랩스의 사내 휴게공간 '네버랜드'. 곳곳에 1인용 책상 '플라멩코'가 보인다. / 사진=네이버랩스 제공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네이버랩스의 사내 휴게공간 '네버랜드'. 곳곳에 1인용 책상 '플라멩코'가 보인다. / 사진=네이버랩스 제공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네이버의 연구개발 자회사 '네이버랩스'. 최근 이 회사 사무실 휴게 공간에는 눈길을 끄는 물건이 등장했다. 언뜻 접이식 다리미판처럼 보이는 이 물건 위에 직원들은 노트북이나 커피, 도시락을 올려놓는다.

이 물건은 네이버랩스가 자체 제작한 1인용 책상이다. 분리와 합체가 편한 게 특징이다. 한 쪽에서 홀로 일에 집중하다가 동료들과 토론이 필요하면 여러 개를 붙여 쓰기가 좋다. 디자인이 간결하고 무게가 가벼워 누구나 쉽게 들고 움직일 수 있다. 직원들은 휴게 공간 곳곳을 누비며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낸다.

협업이 많지만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는 네이버랩스 직원들의 습관을 담아 디자인됐다. 네이버랩스 디자이너들이 용도에 맞는 제품을 찾다가 결국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었다는 게 후문이다. 다리는 접었다 폈다할 수 있고 서 있는 생김새가 비슷해 '플라밍고'(홍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네이버랩스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제작한 1인용 책상 '플라멩코'. / 사진=네이버랩스 제공
네이버랩스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제작한 1인용 책상 '플라멩코'. / 사진=네이버랩스 제공
정보기술(IT) 업계 사무실에서 업무 공간과 휴식 공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정해진 공간에서 일하는 것보다 혼자서, 때로는 여럿이서 자유롭게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직원들의 습관을 반영한 것이다.

직원들은 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최적의 장소를 골라 일에 몰두할 수 있다.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사무실 안에서도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사무실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는 네이버랩스가 대표적이다. 1인용 책상 플라밍고는 네이버랩스 디자이너들이 직원들의 습관과 생활패턴을 직접 관찰한 후 나온 결과물이다.

기존 휴게 공간 창가에 있던 긴 테이블에는 콘센트를 여러 개 설치했다. 네이버랩스 디자이너는 "노트북을 가져와서 창가 쪽에 혼자 작업하기 좋아하는 직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숙박 예약 서비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사내 카페테리아를 업무 공간으로 꾸몄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드이노베이션 본사 내 카페테리아에는 매일 200여명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외부 손님과의 미팅은 물론 사내 회의도 이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입사 면접을 위한 인터뷰룸도 카페테리아 안에 마련했다. 통유리로 된 인터뷰룸이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 지원자들의 역량 발휘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카페테리아 바로 옆 소강당도 평소에는 회의 공간으로 쓰이다 점심시간에는 휴식 공간으로 바뀐다.
위드이노베이션의 카페테리아에는 매일 사내 직원과 외부 손님 등 200여명의 사람들이 찾는다. / 사진=위드이노베이션 제공
위드이노베이션의 카페테리아에는 매일 사내 직원과 외부 손님 등 200여명의 사람들이 찾는다. / 사진=위드이노베이션 제공
부동산 정보 서비스 업체 직방은 아예 사무실에서 개인 자리를 없앴다. 정해진 팀 영역에서 직원들은 매일 자유롭게 자리를 정해 일할 수 있다. 직원들은 퇴근할 때 개인 짐을 사물함에 넣어두고 출근하면 앉고 싶은 자리에서 다시 짐을 푼다.

사무실 한 가운데 조성된 '마을회관'도 직원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동료와 회의를 하고, 허리가 안 좋은 직원은 스탠딩 책상에 서서 업무를 보기도 한다. 커피머신과 냉장고가 마련돼 있어 카페테리아로도 쓰인다.

이같은 트렌드는 소규모 IT 업체가 주로 쓰는 공유 오피스에서도 나타난다. 공유 오피스는 입주사들 간 '인적 네트워크'가 경쟁력으로 꼽히는 만큼 공간 디자인 역시 교류와 소통에 방점이 찍혀있다.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는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공간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패스트파이브 삼성점에 들어서면 멋스러운 바(Bar)가 먼저 눈에 띈다. 입주사 직원들은 이곳에서 수시로 맥주와 음료를 가져와 바로 옆 라운지 테이블에서 얘기를 나눈다.
직방은 사무실 한 가운데 '마을회관'이라는 오픈형 공동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곳에서 직원들은 회의를 하고 개인 업무도 본다. 편안한 의자와 커피머신, 음료수 냉장고 등이 있어 카페테리아로도 쓰인다.  / 사진=직방 제공
직방은 사무실 한 가운데 '마을회관'이라는 오픈형 공동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곳에서 직원들은 회의를 하고 개인 업무도 본다. 편안한 의자와 커피머신, 음료수 냉장고 등이 있어 카페테리아로도 쓰인다. / 사진=직방 제공
이같은 사무실 공간의 변화에는 젊고 창의적인 IT 업계의 특성이 반영됐다. IT 업계에는 젊은 인력들로 구성된 회사가 많다. 요즘 젊은 세대는 카페처럼 오픈된 공간에서 일하는 게 익숙한 탓이다.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가도 틈틈이 동료들과 토론을 벌이기에도 오픈된 공간이 최적이라는 설명이다.

자율과 소통, 협업을 강조하는 조직 문화도 한 몫을 했다. 직방 관계자는 "마을회관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의 철학이 깃든 대표적인 공간"이라며 "너무 조용한 공간에서는 오히려 대화하기가 어색해서 사무실에는 항상 음악도 틀어놓는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