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차리고 공연장 짓고 장기 복제까지…인터파크 흑자 비결 "벤처 정신으로 계속 도전"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는 지난 3월 숫자 하나를 공개했다. 225억원.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였다. 한 달 후 1분기 실적이 나왔다. 97억원의 흑자였다. 증권사들은 1분기 실적을 보면 “인터파크가 올해 영업이익 300억원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옥션, G마켓을 운영 중인 미국계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면 국내 온라인 쇼핑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이다. 쿠팡 11번가 등 국내 대표 이커머스 회사들이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 진화한 게 비결이었다. 온라인 쇼핑에 머물지 않고 공연·여행·도서 등 문화시장으로 나아갔다. 이 과정에서 한 분야를 ‘깊게 파고’, 연관 산업으로 ‘확장하며’, 벤처 정신으로 ‘과감한 도전’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파크는 설립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벤처 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공연 티켓 팔다 매니지먼트까지

인터파크는 다른 온라인 쇼핑 업체처럼 단순 중개만 하지 않았다. 깊숙이 들어가 스스로 ‘플레이어’가 됐다.

공연 사업이 대표적이다. 처음엔 티켓을 팔아주는 역할만 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닥쳤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매출을 늘리기 어려웠다. 인터파크는 공연 시장 자체를 키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영세한 공연 기획사에 직접 자금을 지원했다. 실력파 가수들이 마음껏 공연할 수 있게 공연장도 지었다. 서울 용산 블루스퀘어, 합정동 인터파크 아트센터 등이다. 소속사 탓에 속앓이를 하는 가수들을 끌어모아 매니지먼트 회사도 차렸다. 국카스텐 자우림 등이 합류했다. 현재 인터파크의 공연 티켓시장 점유율은 70%를 넘는다. 국내 공연시장의 ‘큰손’이 된 덕분에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파크가 없다면 공연산업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연예기획사 차리고 공연장 짓고 장기 복제까지…인터파크 흑자 비결 "벤처 정신으로 계속 도전"
여행 분야도 비슷하다. 여행사, 항공사 상품을 단순히 팔아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았다. 여행사로 정식 등록하고 항공권을 대규모로 구입해 직접 팔았다. 여행 패키지 상품도 개발했다. 각 호텔의 예약망과 인터파크 예약 시스템을 연동시켰다. 이상규 인터파크 사장(사진)은 “단순 중개만 하는 온라인 쇼핑몰과는 깊이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티켓 부문 매출 비중은 2010년 7% 수준에서 지난해 25%로 껑충 뛰었다. 여행 부문도 같은 기간 3%에서 21%까지 상승했다. 두 사업부는 인터파크 이익의 대부분을 올려주는 ‘알짜’가 됐다.

◆소형장기 개발까지 나서

인터파크는 ‘깊이’만 추구하지 않았다. 연관 산업으로 꾸준히 ‘확장’했다. 2011년 삼성으로부터 아이마켓코리아를 인수했다. 인터파크보다 매출이 10배 가까이 큰 기업이라 업계에서는 화제가 됐다. 인터파크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계하는 기업과 소비자 간(B2C) 쇼핑몰이라면, 아이마켓코리아는 기업과 기업 간(B2B) 상품 거래가 이뤄지는 쇼핑몰이다. B2B와 B2C 쇼핑몰을 동시에 운영하는 유일한 국내 기업이 됐다. 아이마켓코리아의 매출은 지난해 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도전했다. 온라인 쇼핑몰 운영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다시 시도할 계획이다. 정부가 올해 인터넷 전문은행 추가 사업자 선정에 나서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도전할 예정이다.

벤처 정신을 갖고 ‘계속 도전’하는 것도 인터파크의 특징이다. 인터파크는 지난달 바이오융합 연구소 현판식 행사를 했다. 이 연구소는 장기 과제로 소형 장기 복제를 시도한다. 또 패치만 붙이면 약물이 인체로 들어가는 ‘마이크로니들’, 손톱만 한 칩 하나로 질병을 진단하는 ‘랩온어칩’ 등도 개발할 예정이다. 아이마켓코리아를 통해 향후 5년간 수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한국의 기초과학 기술력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불가능해 보이는 분야에 도전하는 벤처 정신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