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털어주는 기자 - 입생로랑 '바이닐 크림 틴트'
전세계 품절…'MLBB 립스틱'을 아시나요

입생로랑 바이닐 크림 틴트라는 화장품이 있습니다. 입생로랑이 작년 10월 가을·겨울 시즌 신제품으로 출시한 입술 틴트입니다. 그중 407호 ‘카민세션’ 색상(사진)은 구입하기 어렵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 제품은 처음 나온 날 백화점 매장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고, 하루 만에 전국에서 품절됐습니다. 당시 ‘득템’에 성공한 사람은 승자가 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인증샷을 올렸고, 구하지 못한 패자들은 ‘좋아요’만 누르며 부러워했습니다. 저도 패자에 속했습니다. 하지만 영국으로의 겨울 휴가를 앞두고 있던 터라 아쉬운 대로 런던 백화점에서 사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세계 품절…'MLBB 립스틱'을 아시나요

그런데 웬걸요. 런던에도 407호는 없었습니다. 해러즈백화점 직원은 “이 색상은 전 세계 품절이다. 프랑스 파리 본사에도 없다”고 말해 저를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런던 게이트윅공항 면세점에서도 407호를 찾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대로 409호와 412호를 사서 돌아왔습니다. 두 색상도 한국에선 품절인 색상이라 나름 위안을 삼으며.

바이닐 크림 틴트 407호는 대표적인 MLBB 립스틱입니다. MLBB는 ‘my lip but better’의 약자입니다. 내 입술 같지만 좀 더 예쁜 색상이란 뜻입니다. 채도가 낮은 베이지 계열에 약간 붉은기가 도는 색을 통칭해서 이렇게 부릅니다. ‘말린 장미색’이라고도 합니다. 붉은색의 톤에 따라 벨벳 레드, 티 로즈 등 다양한 색상이 있습니다. 나스의 ‘돌체비타’와 ‘발키리’, 맥의 ‘카인다섹시’ 등이 인기 있는 MLBB 립스틱입니다.

이들 제품은 입술에 바르면 원래 내 입술처럼 보이는 게 특징입니다. 입술이 약간 도톰해보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미국 모델 킴 카다시안과 카일리 제너가 MLBB 립스틱을 쓰는 메이크업으로 유명합니다. 이들의 스타일이 인기를 끌며 전 세계 유행이 됐습니다. 호주 여성 릴리 메이멕은 MLBB 메이크업으로 SNS 인스타그램에서 유명 스타가 됐습니다. 메이멕은 작년에 에뛰드와 협업해 국내에서 립스틱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카일리 제너는 아예 자신의 이름을 딴 메이크업 브랜드 ‘카일리 코스메틱’을 내놓고 MLBB 립스틱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인기가 많아서 전 색상을 세트로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하네요.

입생로랑 407호. 저는 아직 못 구했습니다. 지금도 407호가 입고되는 날이면 소비자들이 백화점으로 달려가거든요. 한 백화점 직원은 자사 매장에서 입생로랑 화장품 매출이 샤넬을 넘어섰다고 얘기하더군요. 샤넬은 수십 년간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에서 터줏대감으로 군림하며 ‘립스틱의 여왕’으로 불린 브랜드입니다. MLBB의 인기가 이 정도로 무섭네요.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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