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지형 바꾸는 디지털 혁명 (1) 4차 산업혁명은 경영혁신 동력

지멘스와 손잡고 '기블리' 개발…'디지털 트윈' 공법 공정에 적용
개발기간 절반 단축·비용 절감

빅데이터 도입한 '언더아머'…고객 맞춤서비스로 성장 질주
하랄트 베스터 마세라티 최고경영자(CEO)는 2012년 5월 ‘깜짝 선언’을 했다. 스포츠카 시장을 흔들 신차를 내년까지 개발해 내놓겠다는 발표였다. 2억원을 훌쩍 넘는 차량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성능은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통상 3년 넘게 걸리는 신차 개발 기간을 무시한 ‘꿈’ 같은 얘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꿈은 곧 현실이 됐다. 2013년 9월 마세라티가 시장에 내놓은 고성능 세단 ‘기블리’는 ‘시장의 판’을 바꿔 버렸다. 2012년 6288대에 불과하던 마세라티 판매량은 지난해 4만2100대로 6.6배로 늘어났다.
전통 제조업에 디지털 입힌 마세라티…5년 만에 판매량 6.6배 늘었다

디지털로 부활한 마세라티

마세라티는 기블리 개발 기간을 줄이기 위해 독일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지멘스와 손잡았다. 스포츠카 특유의 맞춤형 생산방식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디지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두 회사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공법을 생산 공정에 적용했다. 자동차를 개발하는 동시에 똑같은 모델을 가상공간에서 만드는 기술이다. 마세라티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실제 모델과 가상 모델의 데이터를 동시에 사용해 공정을 최적화했다.

전통 제조업에 디지털 입힌 마세라티…5년 만에 판매량 6.6배 늘었다

디지털 트윈은 개발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데도 기여했다. 시제품을 실제 도로 또는 시험장으로 보내 자료를 수집한 뒤 데이터를 가상공간에서 활용해 제품을 개선했다. 주행 조건을 여러 번 수정하고 가상공간에서 필요한 만큼 시험주행을 반복했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풍동 실험과 음향 테스트 등도 가상공간에서 했다. 개발을 위한 공간과 비용이 크게 줄었다. 30개월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개발 기간은 16개월로 단축됐다. 성능을 개선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다.

디지털 기술은 제품 판매에도 힘을 보탰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가상공간에서 발 빠르게 수용했다. 기블리는 27가지 세부 모델, 13가지 색상, 205가지 추가 사양을 갖췄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세부 모델과 색상, 추가 사양을 조합하면 7만 종류의 기블리를 만들 수 있다”며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수많은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게 된 것도 디지털 기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강자로 떠오른 디지털 혁신 기업

디지털 경영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에서 대표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숙박업 운송업 등 기존 전통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한 에어비앤비 우버 등은 물론이고 최근엔 제조업체도 디지털 혁신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세계 스포츠용품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미국의 언더아머가 대표적이다. 언더아머는 미국 디지털 소프트웨어 기업 SAP와 손잡았다. 언더아머는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SAP HANA’를 도입했다. 자사의 신발과 의류를 모든 디바이스, 모든 고객, 모든 채널 및 커뮤니티와 연결하기 위해서다.

케빈 플랭크 언더아머 회장은 올초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기조연설에서 “언더아머는 앞으로 각 고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전방위적 맞춤 디지털 피트니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옷이나 신발에 부착된 센서가 호흡 심박수 등을 측정하고, 온도 조절 등에 필요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디터 슈레터러 한국 지멘스 디지털팩토리 사업본부장(부사장)은 “생산 마케팅 제품개발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며 “닛산 현대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은 물론이고 아디다스 캘러웨이 등 소비재 생산 기업들도 경영 혁신을 위해 디지털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 조 케저 지멘스 회장 2016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전통 제조업에 디지털 입힌 마세라티…5년 만에 판매량 6.6배 늘었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까지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다가올 디지털 변화는 우리가 비즈니스와 사회를 재창조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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