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유통산업 <4> 더 넓게 더 길게 내다보는 상생

피부로 느끼는 '규모의 경제'
‘월마트 효과’란 말이 있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월마트가 전자문서교환시스템 도입, 물류 및 구매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통해 생산성을 경쟁사 대비 40%나 높인 것을 일컫는다. 이를 통해 저가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고 미국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를 낮췄다.

국내 대형마트는 월마트처럼 물가 안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시 25개 구를 대상으로 라면, 밀가루 등 생필품 30개 품목의 소비자가격을 비교해 봤다. 2014년 대형마트 5개가 입점해 있는 중랑구와 강서구의 평균 장바구니 가격은 17만817원으로 가장 낮았고 대형마트가 없는 종로구와 서대문구는 17만8082원으로 가장 높았다. 대형마트가 생필품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였다.

이마트가 미트센터나 로컬푸드를 통해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도 규모의 경제와 자동화를 통해서다. 이마트가 광주물류센터에 150억원을 투자해 리뉴얼한 미트센터는 한우를 10%가량 싼 가격에 제공한다. 최신 자동화 설비로 소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기를 5% 이상 늘리고, 대량생산 등을 통해 비용을 낮췄다. 로컬푸드도 다수의 생산자와 직거래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신선 농작물을 10~20% 싸게 공급한다.

올해 초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계란값이 폭등했을 때 정부만큼이나 발 빠르게 나선 곳은 롯데마트였다. AI 파동으로 계란값이 30개당 1만원까지 치솟던 시기에 롯데마트는 미국산 계란을 들여와 8990원에 판매했다. 작황 부진으로 채소나 과일 가격이 폭등할 때도 대형마트는 인프라 역할을 한다. 정부가 비축한 물량을 전국 마트를 통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에 우선적으로 비축했던 농수산품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주지만 전국적 판매망을 갖추고 있는 대형마트가 주요 통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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