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사들 죽쑤는데…한온시스템, 나홀로 '고고'
자동차 에어컨·히터 제조업체인 한온시스템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자동차의 판매 부진으로 국내 차 부품회사가 연쇄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나홀로’ 좋은 실적을 내 주목받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올 1분기 매출 1조4490억원, 영업이익 1271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15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21.3% 증가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의외의 선전’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상당수 차량 부품업체 실적이 20~30%씩 쪼그라드는 등 고전하고 있어서다.

한온시스템은 차량용 난방·환기·공조장치(HVAC)를 비롯해 열교환기, 엔진·변속기 냉각장치 등 각종 자동차용 공기·열관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엔 11곳의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온시스템이 홀로 좋은 실적을 낸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줄인 동시에 글로벌 납품업체를 다변화하고 꾸준히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인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한온시스템은 매출을 일궈내는 지역이 다른 부품사보다 다변화돼 있다. 이 회사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한국 27%, 유럽 31%, 북미 16%, 중국 16% 등으로 다양하다. 중국과 미국의 차 시장이 어려워도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판매량을 늘려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췄다는 얘기다.

차 판매량이 급감한 중국에선 현대·기아차에만 의존하지 않고 현지 토종 업체 등 거래처를 늘려 놓은 점이 수익성을 유지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온시스템의 중국 내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는 60%로 다른 부품사들과 비교해 적은 편이다. 나머지 40%는 장안포드, 길리, JMC 등 현지 토종 업체에 납품해 돈을 벌고 있다.

꾸준한 R&D 투자도 한온시스템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R&D집약도(매출 중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는 4.1%로, 독일 자동차 부품사들(4.5%)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꾸준한 R&D 투자로 전기차 전용 냉난방 시스템에서 33개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고 설명했다.

1986년 한라공조로 출발한 한온시스템의 임직원 수는 1만5500명이다. 19개국의 39개 공장과 4개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 지분은 한앤컴퍼니가 50.5%, 한국타이어가 19.49%를 보유하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