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때 묻은 고서가...  역사처럼 ...  쌓여있는 곳...'대오서점'
디지털 세상, 아날로그에서 치유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 또 있다. 서울 서촌이다. 이곳에는 오래된 문구점과 오락실, 식당들이 과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중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인 대오서점은 옛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1951년부터 서울 누하동 골목을 지키고 있다. 대오서점이란 이름은 처음 이 서점을 개업한 부부 조대식 할아버지와 권오남 할머니가 서로의 이름 한 글자씩을 따서 지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은 책은 팔지 않고, 외손자 정재훈 씨가 북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운영하기 위해 미국에서 음악공부를 하다 귀국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인 대오서점의 외관(위)과 내부 모습. 이수빈 기자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인 대오서점의 외관(위)과 내부 모습. 이수빈 기자
입구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대오서점에 ‘입장’할 수 있다. 덤으로 달고나도 내준다.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음료를 마시며 가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된다. 책장 칸칸이 꽂혀 있는 옛 교과서며 소설책을 읽어볼 수도 있다. 달고나를 깨어먹으며 ‘생활경제’ 교과서를 펼쳐봤다. 테두리가 노랗게 바랜 종이를 넘기다보니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에게 헌책방은 값싼 책을 살 수 있어 고마운 곳이었을 것이다. 혹시 그중엔 책 산다고 용돈을 탄 뒤 중고책을 구입하고 남은 돈으로 떡볶이를 사먹은 학생도 있지 않았을까.

대오서점은 과거 주인 가족이 살던 한옥집이기도 하다. 곳곳에 가족들의 추억이 묻어 있다. 오래된 오르간과 피아노는 지금도 제 소리를 낸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무더운 여름이면 마당 수돗가에 물을 채워 작은 수영장을 만들어줬다. 손주들이 물장구 치며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흑백사진, 장독대며 책상도 그대로 있다. 권오남 할머니의 방에는 자개장과 미니 텔레비전 등 옛 물건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