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2007년 아프리카 담배 시장에 진출할 때만 해도 기회 대비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가 많았다. 열악한 인프라와 테러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았고 메이저 담배회사에 비해 진출 시기도 늦었다.
초슬림 담배로 아프리카 잡은 KT&G
KT&G는 후발주자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현지화와 차별화가 최선이라고 봤다. 현지 유통상을 적극 발굴하고 시장에 없던 미니 초슬림 담배로 승부를 걸었다. 초슬림 담배 에쎄 미니블랙이 20~30대 현지 남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아프리카는 ‘효자 시장’이 됐다. 수출 규모는 지난 6년간 70배 급증했다.

◆수출 증가로 1분기 실적 양호

KT&G가 담뱃값 인상과 경고사진 부착 등 국내 담배 시장 악재 속에서도 올 1분기 양호한 실적을 냈다. 해외 담배 판매량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로 증가했고, 화애락 등 홍삼브랜드 제품이 잘 팔렸기 때문이다.

KT&G는 올 1분기에 매출 1조1787억원, 영업이익 3955억원을 냈다고 27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영업이익은 0.6% 늘었다. 국내 담배 판매는 2.2% 줄었지만 10년 전부터 개척해온 해외 신흥시장에서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1분기 해외에서 팔린 담배는 133억개비.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러시아 등 기존 주력 시장 외에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온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신흥시장 성장률은 25%로, 전체 해외 시장 성장률의 두 배 수준이다. 리비아·이집트(북부), 나이지리아(중부), 남아프리카공화국(남부), 부르키나파소(서부) 등 거점 국가를 기반으로 아프리카 시장이 커지고 있어 성장 전망도 밝다는 분석이다.

◆동남아 시장도 커져

동남아시아의 최대 담배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선 에쎄 크레텍의 신제품 에쎄 베리팝이 인기를 얻으면서 실적이 좋아졌다. 크레텍은 정향이라는 독특한 맛의 향료가 첨가된 제품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판매하는 전체 담배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1분기 KT&G는 인도네시아에서 총 9억7000만개비를 팔았다. 전년 동기보다 3억7000만개비(62%) 늘었다. KT&G 관계자는 “중동, 러시아에서는 일반 에쎄보다 길이가 짧아 휴대가 편리한 제품을, 미국에서는 진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타임을 새롭게 블렌딩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국가별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 역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100% 자회사인 KGC인삼공사 실적도 보탬이 됐다. 인삼공사의 1분기 매출은 15.6% 증가한 3418억원, 영업이익은 14.9% 늘어난 792억원이었다. 화애락 등 홍삼브랜드가 효자역할을 했다.

갱년기 여성을 타깃으로 한 화애락은 1분기 판매량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129.8%) 늘었고, 20~30대를 겨냥한 에브리타임(78.0%)도 판매가 급증했다. 천녹(111.8%), 굿베이스(105.1%) 등 홍삼 이외 브랜드의 성장세도 가팔랐다. KT&G 관계자는 “차별화된 신제품으로 담배 수출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브랜드 강화 등을 통해 홍삼 시장 지배력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