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 호황’에 올라탄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에 2조4000억원대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고사양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이 같은 실적 호조세는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올해 연간 10조원의 영업이익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2조467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618억원)보다 339%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SK하이닉스가 2조원대 분기 이익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최고 실적인 2014년 4분기 영업이익(1조6671억원)보다 48% 높은 수준이다.

1분기 매출은 6조2895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6557억원)보다 72% 늘었다. 종전 최고 실적(지난해 4분기 5조3577억원)을 17% 웃돌았다. 이에 따라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39.2%로 세계 반도체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영업이익률(지난해 4분기)은 33.3%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4% 증가한 1조8987억원으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급등한 것은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4차 산업혁명으로 휴대폰, 게임기, 클라우드 서버 등에 들어가는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과 수요 초과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D램 평균 출하량은 지난해 4분기보다 5% 줄었지만 평균 판매가는 24% 올랐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판매량도 3% 줄었지만 평균 판매가는 15%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26%(작년 말 기준)로 삼성전자(46%)에 이어 2위다.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0.3%로 5위권이다.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사장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업체들이 중저가 대신 고사양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특히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1분기에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것에 고무된 분위기다. 성수기인 하반기까지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면 올 한 해 영업이익이 10조원을 가뿐히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SK그룹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2015년 12개 주요 계열사의 전체 영업이익(10조2025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최근 3개월간 국내외 23개 증권사가 추정한 SK하이닉스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평균치도 9조6540억원에 달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