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미치고…분위기에 반하고…'소개팅 성지' 된 매드포갈릭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베니건스, TGI프라이데이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려면 한참 전에 예약하거나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생일 등 기념일에는 친구나 연인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 하지만 강남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등에 분위기 좋고 개성있는 ‘핫 플레이스’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비슷비슷한 패밀리레스토랑에 식상해했다. 마르쉐(2013년) 토니로마스(2014년) 베니건스(2016) 등 문 닫는 곳이 속출했다.

매드포갈릭은 달랐다. 2001년 패밀리레스토랑 시장에 합류한 이 외식 브랜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요즘엔 ‘소개팅의 성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비결은 뭘까.

◆입맛 변화에 대응…틈새시장 공략

맛에 미치고…분위기에 반하고…'소개팅 성지' 된 매드포갈릭
매드포갈릭의 작년 매출은 773억원으로 전년보다 14.5% 늘었다. 영업이익도 20억원으로 36.7% 증가했다. 다른 패밀리레스토랑이 폐점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두 자릿수대 성장을 했다. 전체 매장은 42개로 지난해 두 곳 확장하는 데 그쳤지만 기존 점포에서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매출 증가의 비결은 끊임없는 신메뉴 개발. 매년 마늘을 주제로 한 30여개의 창작 메뉴를 내놓는다. 한국 외식 소비자의 빠른 트렌드 변화를 고려한 전략이다. 작년엔 매콤한 소고기 등이 올라간 수제 피자도우를 갈릭그릭요거트 소스에 찍어 먹는 부처스피자가, 올 들어서는 슈림프볼케이노치즈퐁듀가 인기다. 몇 가지 인기 메뉴 위주로 프로모션에 집중하는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과 차별화된 점이다. 메뉴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전 지점을 직영으로만 운영하고, 식재료 손질부터 요리까지 모든 과정을 전문 셰프에게 위임한다.

기존 패밀리레스토랑의 타깃인 가족 고객 외에 중년 남성이나 소개팅 남녀 등으로 공략 대상을 넓힌 것도 효과를 봤다. 매드포갈릭의 남성 고객 비중은 약 40%. 이 가운데 절반이 30~40대다. 남자끼리 와도 ‘민망하지 않을’ 어두운 실내조명, 차별화한 와인 구성 등 덕분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합리적인 가격에 식사부터 와인, 디저트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소개팅의 성지’라는 별칭도 얻었다.

매드포갈릭의 멤버십 타깃 마케팅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꼽힌다. 다른 패밀리레스토랑은 대개 요일 등을 정해 할인 행사를 하지만 매드포갈릭은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에게만 매주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한다. 덕분에 멤버십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에 육박한다.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경쟁력 뒷받침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의 효과를 16년간 이어온 게 진짜 경쟁력이란 평가도 나온다. 내부에선 특유의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꼽는다. 매드포갈릭에선 어떤 보고도 세 단계를 넘지 않는다. 전 직원이 직책과 관계없이 프로젝트 리더가 될 수 있고, 사원부터 대표까지 동등한 발언권을 갖는다.

일반적인 패밀리레스토랑이 맛의 균일성을 위해 중앙키친(반조리, 완제품을 납품받아 조리)을 두고 있지만 매드포갈릭은 전문 셰프의 역할과 권한을 철저하게 존중해준다. 원정훈 매드포갈릭 마케팅이사는 “두 달마다 신메뉴를 선보인다는 것은 조직문화가 경직된 일반 대형 외식브랜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각 팀이 기획 단계부터 자유롭게 의견을 내면서 다양한 식재료와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