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사 임병호 씨. 사진=박상재 기자
택시 운전사 임병호 씨. 사진=박상재 기자
[ 박상재 기자 ] 1983년 봄, 갓 서른이 된 청년은 전북 전주시에서 무작정 상경해 '포니2'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자식 교육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택시회사 기숙사에서 홀로 먹고 자며 운전에 쫓긴지 4년. 그는 마침내 광진구 자양동에 자그마한 월세방을 마련해 처가에 맡긴 아내와 자식을 데려왔다. 눈물과 땀으로 일군 결실이었다.

이후 어렵게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한 그는 최근 도요타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로 영업을 시작했다. 택시 운전사 임병호(64·사진) 씨 이야기다.

수입차로 택시 영업을 하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액화석유가스(LPG) 연료가 아니기 때문에 기름값 부담이 크고 국산차 대비 부품값도 비싸다. 그럼에도 수입차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지난 12일 임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씨가 프리우스와 처음 만난 시기는 201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2300여 만원을 들여 차를 구입했다.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꼭 한 번 수입차를 타보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차를 몰아봤습니다. 현대자동차 스텔라, 대우자동차 프린스 등 100여대가 넘어요. 이제 나이를 먹다 보니 운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작년 구입하는 차가 내 인생의 마지막이란 생각을 했죠. 그래서 난생처음 수입차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영업일이면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운전을 한다.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270~300㎞. 하루의 대부분을 차에서 보내는 셈이다.

"제게 차는 사실 집인 셈이죠. 온종일 차에서 생활하니까요. 프리우스는 LPG차보다 승차감이 좋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엔진 소리가 조용하고 변속 시 충격이 없어 장시간 운전해도 머리가 아프지 않아요."

임씨는 프리우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높은 연료 효율을 꼽았다. 실주행 연비를 소개하는 동안 그는 환한 웃음을 보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정부 연료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데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프리우스는 서울 시내에서 L당 평균 19~20㎞의 연비를 기록해요. 복잡한 시내 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전기모터의 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죠. 전에 구입한 국산 LPG 중형세단의 연비가 6㎞/L 수준임을 감안하면, 기름값은 큰 차이를 못느낍니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내구성에 정비소를 찾는 일이 줄어든 것도 프리우스의 매력이다. 수리 예약 등의 걱정 없이 영업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수리비가 우려된다는 일반적인 인식에 대해서도 오해라는 답을 내놨다.

"프리우스를 구입한 뒤 정비소에 간 적이 없어요. 좀 더 타봐야 알겠지만 튼튼한 내구성에 놀랐습니다. 소모품 교환 비용도 크게 비싸지 않아요. 예전에는 매달 6만원 가량을 엔진오일 교환 등에 지불했어요. 지금은 석 달에 한 번꼴로 12만원이 나갑니다. 엔진의 실주행 거리가 적기 때문이죠."

흔하지 않은 수입차로 택시를 운영하면서 겪은 해프닝도 있다. 프리우스를 구입한 당시 쏟아지는 동료 기사들의 질문에 식사시간대를 피해 밥을 먹기도 했다.

"손님 100명 중 8명은 택시를 타기 전에 요금이 더 비싼지 물어봅니다. 가끔은 요금이 비쌀 것이란 생각에 타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수입차라고 설명하면 차를 조심스럽게 다뤄주시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네요."

그는 건강이 받쳐주는 한 택시 운전을 오래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가방끈이 길지 않아 택시 운전으로 자식 세 명을 키웠습니다. 30여년을 길 위에서 보낸 인생이죠. 제게 운전은 즐거운 취미이자 생계수단입니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만큼 안전하게 손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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