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자르트 A.H.C 메디힐 등 강소 브랜드가 화장품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급성장하며 단숨에 매출을 중견기업 수준(150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화장품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작년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지만 점유율은 떨어졌다. 강소기업들은 아이디어와 공격적인 경영으로 시장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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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3개 업체 매출만 1조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순위가 가파르게 오른 회사는 카버코리아(A.H.C·왼쪽), 엘앤피코스메틱(메디힐·오른쪽), 해브앤비(닥터자르트·가운데), 클리오(클리오), 더샘인터내셔널(더샘) 등이다. 카버코리아는 15위에서 6위로, 엘앤피코스메틱은 10위에서 7위로 뛰어올랐다. 작년 19위였던 해브앤비는 12위를 기록했다. 2015년 4827억원이던 이들 3개사 매출은 작년 1조원을 넘어섰다. 클리오와 더샘도 80~90%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순위가 뛰었다.

기존에 없던 기능성 제품으로 특수한 시장을 파고든 것이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이다. 또 홈쇼핑과 드러그스토어를 통해 브랜드를 알린 것도 비슷하다.

A.H.C는 지난해 CJ오쇼핑과 GS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전체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얼굴에 바르는 아이크림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가 대표 제품이다. 눈가에 바르는 아이크림을 얼굴에도 바를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큰 인기를 끌며 작년에만 3500만개가 팔려나갔다. 닥터자르트로 알려진 해브앤비는 기능성을 강조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DTRT란 브랜드로 남성용 화장품 시장까지 개척하며 800억원대 매출을 1년 만에 2300억원대로 끌어올렸다. 매출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한 상품은 작년 3월 출시한 ‘시카페어’ 라인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작년 매출 1935억원으로 14위에 올라선 클리오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색조 화장품과 배우 공효진을 앞세운 광고로 인기를 얻었다. 쿠션과 틴트, 브로 제품을 차별화했다. 해브앤비와 클리오는 올리브영 왓슨스 등 드러그스토어에서 인기를 끈 제품이다.

◆공격적으로 해외진출한 메디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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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힐은 마스크팩 브랜드 중 가장 두드러지게 성장했다. 중국 본토 드러그스토어에 입점하고 직영 매장을 낸 것이 효과를 봤다. 매출이 사상 처음 4000억원을 넘어섰다. 검은색 팩으로 알려진 제이준(21위)은 2015년 80억원이던 매출이 작년 824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제이준은 2015년 회사 설립과 동시에 중국에 총판법인을 세웠다. 상품도 중국에서 먼저 출시했다. 작년 매출의 80%가 중국에서 나왔다.

반면 중국 간접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고전했다. 잇츠스킨, 클레어스 코리아는 중국의 위생허가 규제와 보따리상인(다이궁) 규제로 매출이 줄었다. 잇츠스킨은 2015년 3096억원이던 매출이 작년 2673억원으로 감소했다. 13위였던 클레어스코리아는 같은 기간 매출이 1681억원에서 696억원으로 급감했다.

로드숍 업계에서는 더샘인터내셔날(18위)이 약진했다. 매출은 95% 증가한 1400억원으로 홀리카홀리카(엔프라니의 로드숍 브랜드)를 앞질렀다. 네이처리퍼블릭(11위)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작년 적자전환했다. 스킨푸드(16위)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강소기업의 약진으로 아모레퍼시픽 시장점유율은 2015년 32.9%에서 작년 31.9%로 떨어졌다. 17%대를 유지해온 LG생활건강 점유율도 16.6%로 줄었다. 화장품업계 순위에서 화장품사업 부문 실적을 따로 공시하지 않은 업체(애경산업)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는 제외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