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왼쪽)이 전남 나주 본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안전영농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정승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왼쪽)이 전남 나주 본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안전영농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기후 변화에 따른 전례 없는 기상이변과 재해가 일상화되는 추세다. 충남 서해안처럼 상습 가뭄 지역이 늘어나는가 하면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로 침수되는 지역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작년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의 여진이 최근까지 계속될 정도로 지진의 위험도 커진 상황이다.

저수지와 방조제 등 농업생산기반시설과 농어촌 용수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정승)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뭄이나 홍수 등의 위협에서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업용수의 선제적인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지진으로 인한 붕괴 등 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지키기 위해 2018년까지 50만㎥급 이상 대규모 저수지 56곳의 내진보강 공사를 서둘러 마치기로 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충북 충주시 추평저수지의 수자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충북 충주시 추평저수지의 수자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11일 현재 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의 전국 평균 저수율은 81%를 기록했다. 평년(86%)과 비교하면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경기 안성과 충남 서산, 예산, 홍성, 보령 등 일부 지역의 저수율은 50~60%대에 머물러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된다.

공사는 모내기철 영농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해 작년 농작물 수확이 끝나자마자 용수를 모아왔다. 충남 예산 송석저수지는 인근 화산천에서 하루 1000㎥의 물을 끌어와 채우는 양수저류(揚水貯留)를 시행, 저수율이 작년 말 34%에서 현재 43%로 상승했다. 공사는 전국 저수지 3394곳 중 용수가 모자랄 것으로 예상되는 64곳에 모내기가 끝나는 6월까지 모두 2472만㎥의 용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양수저류와 지하수 관정 개발 등으로 확보한 용수는 1910만㎥에 달한다.

공사는 항구적인 가뭄 극복을 위해 기존 수리시설의 여유 수량과 하천수 등을 물이 부족한 지역으로 연계해 공급하는 대책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농촌 용수이용체계 재편사업으로 강원 철원 철동지구 등 6지구에서 74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철동지구에서는 양수장 3개소와 용수로 44㎞를 설치, 한탄강 물을 토교저수지와 동송저수지로 보내고 인근 물 부족 지역에 용수를 공급할 방침이다. 용수 수요가 급증하는 곳에는 기존 저수지의 저수용량을 늘리는 ‘저수지 물그릇 키우기 사업’ 추진도 검토한다.

저수지와 양·배수장 등 농업기반시설의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공사가 관리 중인 저수지의 70%를 차지하는 2375곳은 지은 지 50년 이상 된 노후시설이다. 하류부에 주민이 1000명 이상 사는 저수지만 341곳(거주 주민 총 382만명)에 달한다. 철저한 안전점검과 개·보수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방침이다.

공사는 무엇보다 저수지의 내진 보강을 조속히 끝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계획이다. 내진 설계 의무화 대상 대규모 저수지 594곳 중 538곳의 내진 설계와 내진 보강은 완료됐다. 공사는 3~4년 걸리던 내진 보강 시공기간을 1~2년으로 단축해 내년까지 미보강 저수지 56개소에 대한 공사를 끝낼 예정이다.

한발 더 나아가 내진 설계 적용 대상 저수지를 확대하기 위해 지진화산재해대책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현재 저수량이 50만㎥ 이상이고 제방 높이가 15m 이상인 곳으로 돼 있는 기준을 완화해 저수량이 30만㎥ 이상인 저수지(1162곳)로 확대한다. 공사는 올해 내진 보강을 포함한 농업기반시설 개·보수에 5400억원을 투입한다.

공사는 전국의 저수지 안전을 위한 정밀안전진단도 시행한다. 올해 총 558개 지구에서 300억원을 투입한다. 토목분야에선 시설물의 누수와 균열, 침하 등을 점검하고 재료분야의 경우 구조물과 철근의 잔존수명, 강도 및 안전도 등을 측정한다. 지질분야에선 제방 누수와 누수취약구간을 점검한다.

공사는 신속한 재해 대응과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활용에 주력하고 있다. 전국의 주요 저수지, 양·배수장, 수로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3300여개의 자동수위계측기 등을 활용해 수자원 정보를 모니터링 중이다. 국지성 호우로 수위가 급상승할 경우 자동수위계측기가 감지, 시설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경보 문자가 발송된다. 시설관리자는 각 지사의 중앙관리소에서 원격으로 용수 공급을 중단하고 수문을 개방해 침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공사는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정보 수집을 위해 자동수위계측기에 사물인터넷(IoT)망을 적용하고 시범 운영 중이다.

공사는 전국 81개 지사의 현장 등에서 수집된 수리시설과 수자원 관리 정보를 담은 용수시설통합운영 관리시스템을 개발해 웹과 모바일 기기로 실시간 확인하고 활용하고 있다.

정승 사장은 “농어업의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기후 변화로 심해진 가뭄, 홍수와 지진 등 재해에도 농업인이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짓고 국민도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미디어전략부장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