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성향 뉴스채널 폭스뉴스의 모회사인 '21세기 폭스'가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빌 오라일리(67)의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성희롱 논란에도 올해 초 오라일리와 1800만 달러(약 205억 원)에 1년 재계약을 했으나 이후 추가 피해자가 나오고 주요 광고주들의 광고 철회가 잇따르는 등 파문이 계속 커지자 모회사 차원에서 공식 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21세기 폭스는 9일(현지시간) 밤 성명을 내고 "모든 (성희롱 관련) 민원을 조사할 것"이라면서 "이 심각한 사안에 대해 로펌 '폴 와이스'에 지속적인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폴 와이스는 지난해 성희롱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 사건을 조사했던 로펌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오라일리 역시 에일스 전 회장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폭스뉴스의 간판 프로그램 '더 오라일리 팩터'를 진행하는 오라일리는 폭스뉴스에서 가장 인지도와 인기가 높은 인물로, 그의 성희롱 사건은 지난 1일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처음 불거졌다.

NYT에 따르면 오라일리는 지난 15년간 5차례나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됐으며 폭스뉴스와 오라일리가 합의를 위해 지불한 금액만도 총 1300만 달러(약 148억6000만 원)에 달한다.

이 중 2건은 폭스뉴스가 나서 합의했고, 2011년에 있었던 1건은 오라일리가 회사에도 알리지 않은 채 은밀히 합의했다.

NYT 보도 직후인 지난 3일에는 오라일리 팩터의 출연자로 활동했던 심리학자 웬디 월시가 기자회견을 통해 2013년 오라일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오라일리의 성적인 접근을 거부해 차별을 받았고 결국 출연이 정지됐다는 게 월시의 주장이다.

월시의 성희롱 피해 주장과 별개로 오라일리 팩터의 최대 광고주인 메르세데스-벤츠를 필두로 60여 개 기업은 프라임타임 스폿광고를 아예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며 오라일리와 폭스뉴스를 압박하고 나섰다.

폭스뉴스는 이미 지난해 에일스 전 회장 성희롱 사건으로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폭스뉴스의 전직 여성 앵커 그레천 칼슨이 지난해 7월 에일스 전 회장으로부터 상습으로 성희롱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폭스뉴스는 결국 두 달 후인 9월 2000만 달러(약 228억6000만 원)의 합의금 지급과 별개로 회사 차원에서 칼슨에게 정중하게 '전례 없는 사과'(unprecedented apology)를 해야 했다.

에일스 전 회장은 이 성희롱 소송 사건으로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