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퇴직한 이모씨(58)는 ‘인생 이모작’을 위해 6개월 고민 끝에 애완용품숍을 차리기로 지난달 말 결정했다. 그간 가장 신경 쓴 대목은 업종. 잘못 창업했다간 30여년 직장생활 동안 모아둔 돈을 한꺼번에 날릴 수 있다는 걱정에서였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4년간 운영했으나 매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한 친구의 조언도 한몫했다. “앞으로 10년, 20년은 될 업종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창업시장 '쉰' 바람…애완업종 '신' 바람
헬스·피부관리·헤어숍 최대 48% 늘어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는 신규 창업 가맹점이 2012년에 42만7768곳이었으나 지난해엔 41만111곳으로 4.1% 줄었다고 4일 밝혔다. 경기 침체 여파로 창업 열기가 낮아진 결과로 풀이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창업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동물병원 등 애완 관련 업종(77.1%)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헬스장과 피부·체형관리 업종으로 각각 48.1%, 43.3% 늘었다. 스파·마사지(24.7%)와 헤어숍(13.8%), 배달·분식 업종(17.1%) 증가세도 눈에 띄었다.

남궁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장은 “창업이 10% 이상 늘어난 업종 중에 1인 가구 증가 및 자기관리 열풍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업종들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남궁 소장은 “외모·몸매 관리에 신경 쓰고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혼자 사는 외로움을 애완동물로 달래는 생활 트렌드가 창업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저가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의 확산 및 대형 헬스앤드뷰티스토어 증가로 패션(-25.9%)과 뷰티로드숍(-28.1%), 약국(-5.8%)은 4년 전에 비해 창업이 줄어들었다.

은퇴한 50대가 창업 주도

세대별 창업자 중에서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속한 50대 이상의 창업만 유일하게 증가했다. 신한카드가 2012년과 비교해 2016년 세대별 창업시장을 분석한 결과 20대는 11.1%, 30대는 10.9%, 40대는 10% 감소했다. 다만 50대 이상 창업자는 13.7% 늘었다. 신한카드는 은퇴 연령이 빨라지고 재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창업에 나선 50대 이상이 늘어난 영향으로 진단했다.

50대 이상 신규 창업자 사이에서 최근 4년 사이 크게 늘어난 업종은 애완 관련 업종(84%)과 피부·체형관리 업종(82.2%), 카페(76.4%), 베이커리(68.3%) 등이었다. 50대 이상의 창업자가 창업 트렌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의 분석이다.

폐업은 오히려 1만4000명 늘어

4년 사이 창업시장이 쪼그라든 가운데 폐업 신고자는 오히려 늘었다. 신한카드에 등록된 폐업 가맹점은 지난해 1~12월 38만5832곳으로 2012년(37만1676곳)에 비해 3.8% 증가했다. 2012년과 비교해 폐업이 가장 증가한 업종은 카페(126.8%)와 헬스장(110.3%)이었다. 피부·체형관리 업종은 창업이 48% 넘게 늘어났는데도 폐업은 오히려 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생존율이 높은 업종임을 방증했다. 일반음식점 역시 창업이 3.6% 늘어난 반면 폐업은 0.3% 줄어든 ‘장수업종’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40대 폐업이 6.7~20.4% 감소한 가운데 50대 이상만 유일하게 28.2% 늘었다. 관계자는 “은퇴자금을 들여 무작정 창업을 시도했다가 결국 폐업하는 중년층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