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11번가…'쇼핑 알파고' 누가 더 똑똑할까
임산부 A씨는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에 임산부 요가 강좌를 등록했다. 며칠 후 아기 옷이 필요해 신세계백화점 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누구에게 얘기한 적도 없는 출산용품 관련 행사 내용이 휴대폰 화면에 저절로 떴다.

유통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마케팅을 시작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소비자들이 백화점 안에 들어와서 쇼핑을 끝내고 나갈 때까지 동선을 파악하고 선호 브랜드를 산출해 해당 쇼핑정보를 제공하는 AI 서비스를 도입한다. 롯데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도 개인 맞춤형 AI 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했다.

◆신세계 AI 활용한 마케팅 3.0

신세계백화점은 30일부터 AI를 활용한 ‘개인별 마케팅’을 시작한다. 그동안 백화점들은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쇼핑 정보를 제공했다. 이번에 신세계는 독자 개발한 AI ‘S마인드’를 통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패션에 관심이 높은 30대 독신남에게는 남성 패션 관련 정보가,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에겐 화장품 관련 행사 내용이 전달된다.

신세계는 이를 위해 500만명이 넘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과 성별, 연령, 지역, 구매빈도 등을 분석해 방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개인별 선호 브랜드를 매일 산출해 쇼핑정보가 담긴 메시지를 앱에 자동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신세계는 “신한, 삼성, 씨티카드 등의 구매 데이터가 추가되면 고객들의 미래 구매패턴까지 예측한 쇼핑정보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4년간 독자적 AI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준비했다.

◆매니저 말투 배운 롯데 ‘추천봇’

11번가 대화형 로봇 ‘바로’
11번가 대화형 로봇 ‘바로’
롯데백화점은 온라인 구매정보에 시장 트렌드 분석까지 더한 ‘추천봇’을 올 12월 내놓는다.

예를 들면 햇반을 1주일에 한 번씩 사는 소비자가 햇반을 구매하지 않았으면 자동으로 ‘햇반을 구매하실 시기가 지났습니다’라는 정보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또 소비자가 엘롯데 웹이나 앱을 사용해 매장 매니저와 얘기하듯이 쇼핑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이를 위해 롯데는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와 소비자 친화 언어까지 모두 모아 채팅봇을 교육했다.

롯데는 이용자들이 유행에 뒤지지 않도록 소셜 데이터까지 포함시킬 계획이다. 김명구 롯데백화점 옴니채널 담당 상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며 “롯데는 AI를 기반으로 한 추천봇을 시작으로 기존과는 다른 마케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정 장애’ 고쳐주는 11번가 ‘바로’

오픈마켓 11번가도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을 위해 AI 기술을 응용한 대화형 로봇 ‘바로’를 활용키로 했다. 챗봇 바로는 디지털·가전 상품군을 대상으로 1 대 1 모바일 채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맞춤상품을 추천해준다.

바로에는 다양한 대화 패턴을 스스로 학습해 소비자들의 말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는 ‘딥러닝 기술’이 들어가 있다. 또 검색어 형태가 달라도 의미상으로 비슷한 패턴을 찾아 적절히 대답하는 ‘워드 임베딩’ 기술도 적용했다. 예컨대 ‘자취용 전기밭솝을 추천해주세요’라고 주문하면 ‘용량이 작은 상품을 찾으시는군요’라고 답하는 식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백화점은 더 이상 매력이 있는 유통 채널이 아니지만 소비자 정보를 활용해 광고나 마케팅을 한다면 효율적인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AI 도입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