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통신] 빅데이터로 더 똑똑해졌다…'손안의 내비' 전쟁
국내 대표 내비게이션 앱(응용프로그램)인 T맵과 카카오내비 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확한 길안내는 기본이고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교통상황 예측, 개방과 공유를 통한 자체 생태계 확장 등에 적극 나선 것. 차세대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자율주행차에서 내비게이션이 필수적인 만큼 두 회사 모두 서비스 고도화를 통한 사용자 확대를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동 단위 검색도 가능

SK텔레콤은 이달 초 T맵의 검색 단위를 아파트 동 단위까지 정밀화했다. 행정자치부와 협업해 우선 경기 성남시 분당구 내 181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행자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 단위 건물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은 T맵이 처음이다. 기존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게이트에서부터 가고자 하는 건물을 지도에서 직접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고자 하는 동을 검색 목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아파트 단지 게이트 정보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기존에는 목적지와 가까운 보조 게이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단지 정문 위주로 안내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목적지와 가까운 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적의 길안내를 받게 된다.

SK텔레콤은 매일 변화하는 최신 도로명주소를 행자부로부터 자동으로 전송받아 T맵에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 서비스는 1개월 주기로 신규 정보를 반영해 최신 주소가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T맵은 하루평균 400여건이 생성되는 도로명 주소까지 실시간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T맵의 화질을 현재보다 10배 정도 정교한 HD(고화질)급으로 개선해 자율주행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착시간 틀리면 보상

카카오는 이달 중순 카카오내비 출시 1주년을 맞아 독특한 이벤트를 열었다. 총 1억여원의 주유권(개당 5000원)을 내걸고 카카오내비 사용자를 대상으로 도착 예정시간과 실제 도착시간이 5분 이상 차이 나면 이를 보상해주는 행사를 열었다. 총 이동 경로가 10㎞ 이상이어야 하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길안내를 받는 조건이다. 임의로 길안내 경로를 이탈하거나 이동 중 일정 시간 이상 정차하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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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벤트는 카카오내비의 교통 예측 기술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내비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교통 상황 예측 기술은 정확도 측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카카오내비는 업계 1위인 T맵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출시 후 1년간 월 사용자 수가 60%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1월부터 매주 최다 길안내 기록을 자체 경신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카카오내비 사용자들이 달린 거리는 206억㎞, 길안내를 실행한 횟수는 7억3000만번에 달했다.

◆빅데이터로 교통 혁신

T맵의 월 사용자 수는 1000만명이 넘는다.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사용자의 전체 규모가 15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명 중 7명이 T맵을 사용하는 셈이다. 지난해 7월 KT·LG유플러스 고객에게도 T맵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무료 개방 100일 만에 월 사용자 수가 300만명 이상 증가했다.

T맵은 2002년 ‘네이트 드라이브’로 처음 출시됐으며 2007년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최초 출시부터 지금까지 15년간의 데이터가 고스란히 쌓여 있다. 올해부터 딥러닝(사람의 신경망을 닮은 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해 예측 교통정보의 품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맵은 모세혈관처럼 깔린 전국 580만 도로 링크에서 실시간 교통정보를 직접 수집, 분석한다”며 “여기에다 15년간 축적된 알고리즘(시간·거리·요금·기타요건)으로 최적 경로를 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