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보는 뇌·AI 융합 연구

알파고·자동번역·자율주행차…인공신경망 연구로 비약적 발전
도덕·감정 갖춘 AI도 나올 것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뇌 엑스레이 촬영사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머지않아 사람 뇌 기능을 모방한 인공지능이 출현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사이언스 제공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뇌 엑스레이 촬영사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머지않아 사람 뇌 기능을 모방한 인공지능이 출현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사이언스 제공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 최강 중국 커제 9단과 오는 4월 대국을 벌인다.

지난해 한국 이세돌 9단에게 4승 1패로 승리할 때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버전이다. AI를 이용해 뇌 신경회로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김진섭 한국뇌연구원 계산신경과학실험실 책임연구원은 “알파고는 여러 지적 활동에서 컴퓨터가 사람보다 더 우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100조개가 넘는 '전체 신경세포들의 연결'을 규명한 뇌커넥톰. 이 지도가 완성되면 인간에게 더욱 가까운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휴먼커넥톰프로젝트 제공

100조개가 넘는 '전체 신경세포들의 연결'을 규명한 뇌커넥톰. 이 지도가 완성되면 인간에게 더욱 가까운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휴먼커넥톰프로젝트 제공

지난해 컴퓨터 한 대로 슈퍼컴퓨터의 계산 능력을 가진 AI 기술을 선보인 김민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정보통신융합공학전공 책임교수는 “올해는 국제자동차연맹(FIA)과 엔비디아 후원으로 AI 전기자율자동차 경주가 열리고, 이와 별개로 종합적 사고를 하는 AI 경진대회가 처음 개최된다”고 말했다. 뇌와 전자공학이라는 다른 방향에서 AI 연구를 이끄는 두 사람에게 AI와 뇌 융합 연구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AI와 뇌 연구는 서로 어떤 영향을 줬나.

스페인 마드리드카를로스3세 대학 연구진은 지난 2월 스스로 계획을 짜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해 로봇에 적용했다. 사이언스 제공

스페인 마드리드카를로스3세 대학 연구진은 지난 2월 스스로 계획을 짜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해 로봇에 적용했다. 사이언스 제공

김 책임연구원=AI는 뇌 연구의 직접 성과물이다. AI의 비약적인 발전은 ‘딥러닝’을 포괄한 ‘인공신경망’ 덕분이다. 사람 뇌 신경망의 작동 원리와 학습 원리 중에서 중요하고 잘 알려진 몇 가지를 소프트웨어가 모방하게 한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가 바둑을 두게 하면 알파고가 되고, 번역을 하게 하면 자동번역이 되고, 운전을 시키면 자율주행차가 된다.

김 교수=AI가 뇌 연구에 영감을 주기엔 무척 이르다. 뇌의 작동 방식은 아직 수학적으로 해석할 수 없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모사할 수 없다. 규모에서도 인공신경망 크기는 실제 뇌 신경망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뇌 과학과 AI는 어디에서 먼저 시너지를 낼까.

김 책임연구원=많은 연구자는 수천, 수만개 뇌세포의 구조를 관찰하며, 뇌세포가 주고받는 활동 신호를 초당 수십~수백회씩 측정한다. 뇌세포를 이루는 DNA, RNA, 단백질 등 생체 분자 성질에 대한 정보를 얻어낸다.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는 페타바이트(PB=1PB는 1000조 바이트)를 넘어섰다. 이 정도 규모의 실험 자료를 분석하려면 AI를 사용해야 한다. 뇌 연구에서 나온 AI로 다시 뇌 연구를 하는 셈이다.

김 교수=구글 뇌연구팀은 AI에 암호를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융합연구를 하지 못한다. 뇌 연구자와 AI 연구자 사이엔 단시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배경 지식과 사고의 차이가 존재한다.

▷뇌와 똑같은 AI가 등장할까.

김 교수=커넥톰이라 불리는 분야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100조개가 넘는 전체 신경세포를 연결한 뇌지도를 만들고 시뮬레이션하는 분야다. 2014년 개봉한 SF영화 트랜센던스에선 주인공이 자신의 뇌를 컴퓨터로 옮기는 내용이 등장한다. 현재 기술로는 뇌를 분자 수준에서 쪼개고 스캔하는 데 막대한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 하지만 사람의 유전자 지도도 10년의 세월과 3조원의 비용을 들여 결국에는 완성했다. 이미 예쁜꼬마선충의 커넥톰을 완전히 밝혀서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로봇에 이식한 사례가 있다. 놀랍게도 이 로봇은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움직였다.

김 책임연구원=컴퓨터의 구조가 뇌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뇌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게 된 뒤 뇌와 비슷한 신개념 컴퓨터를 만들면 된다. 생물학에서 DNA로 뇌세포를 합성해 지능을 가진 실제 뇌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AI번역기가 인간 번역사와의 대결에서 졌다.

김 책임연구원=자동번역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1~2년 뒤, 어쩌면 알파고처럼 단 수개월 뒤에도 결과가 바뀔 수 있다. AI가 인간만큼 똑똑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불리는 감정, 도덕, 욕망을 AI가 갖추는 것도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

김 교수=종합적 사고력에선 AI가 아직 인간의 뇌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미지 인식이나 음성 인식, 고흐와 비슷한 풍의 그림 그리기에선 인간보다 잘한다. AI가 말귀를 알아듣고 답하는 일은 머지않아 성공할 것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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