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고위도 지방과 저위도 지방에 사는 사람이 서로 다른 코 모양을 갖게 된 원인이 기후에 따른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슬런 자이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와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칼리지 연구진은 사람의 코 모양이 기후에 따라 적응한 결과물이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플로스 지네틱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은 1835년 탐사선 비글호를 타고 남미 갈라파고스제도에 도착해 섬에 사는 핀치새 13종의 부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씨앗을 먹는 핀치새 부리는 두꺼웠고 곤충을 먹는 핀치새 부리는 짧고 단단했다. 그는 같은 종류의 새가 먹이에 따라 부리 모양이 변하며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가설을 세웠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맞춰 진화하거나 도태된다는 ‘자연선택설’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코도 추위와 더위에 견디며 살아남는 과정에서 환경에 적응했다고 분석했다.

사람의 코 모양…기후가 결정했네
연구진은 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서아프리카와 북유럽 혈통을 가진 476명의 3차원(3D) 얼굴 사진을 촬영해 특징을 비교했다. 코 형태와 관련된 일곱 가지 특성 중 두 가지에서 중요한 차이를 발견했다. 콧구멍의 폭은 온도, 절대 습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살아 온 민족은 콧구멍이 상대적으로 넓은 데 반해 북유럽처럼 고위도 지방에 사는 민족은 차갑고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좁은 콧구멍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별히 서아프리카와 동아시아, 북유럽 여성 140명의 혈통과 기후 영향을 좀 더 상세히 살펴봤다. 분석 결과 이들 여성의 코 형태는 부모가 살았던 지역의 기후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고위도 지방에 사는 사람의 콧구멍이 좁은 이유는 콧속 수분 함량과 온기를 유지하기 위한 결과로 추정했다. 차고 건조한 공기는 우리 몸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기온 외에도 다른 원인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인류학자인 노린폰 크라몬 미국 뉴욕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북유럽인이 빠지면 기후와 코 형태 연관성은 크게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좀 더 매력적이고 생존력이 강한 상대와 짝짓기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에서는 코 모양의 차이를 결정하는 유전자를 포함하고 북극 지역에 사는 원주민인 이누이트와 중위도 지역에 사는 미국인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