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보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비판적이에요.
기술 혁신과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기 때문이죠.
■금주의 시사용어

로봇세

인공지능(AI)이 스마트홈, 교통, 금융, 의료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로봇 보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로봇세’다. 하지만 로봇세가 기술혁신을 위축시킨다는 목소리가 크다. 세계 곳곳에서 로봇세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한국경제신문 3월14일자 B2면
"일자리 빼앗는 인공지능도 세금 내!" 로봇세 논란…"혁신에는 세금을 부과할 게 아니라 보조금 줘야"

지난 9일은 AI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해 대한민국을 ‘알파고 쇼크’에 빠뜨린 지 딱 1년 되는 날이었다. AI는 빠르게 발전해 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왔지만,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걱정 또한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발 실업 대란’에 대비해 로봇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 이른바 로봇세(robot tax)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와 세계 곳곳에서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로봇세는 지난해 유럽의회가 검토를 시작하며 처음 세상에 알려졌고, 지난달 ‘세계 최고 갑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가세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노동자가 연봉에 비례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내듯 로봇의 노동에도 소득세를 징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세금을 실직자 재교육 지원과 취약계층 보호에 활용하면 AI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음달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는 여당의 진보 성향 후보인 브누아 아몽이 “로봇세를 신설해 보편적 기본소득 시행에 필요한 3000억유로(약 367조원)의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에선 몇몇 국회의원이 인간을 대체하는 기계설비에 대해 중앙처리장치(CPU) 용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기계 과세’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로봇세에 반대하고 있다. 신기술 개발과 기업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발전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로봇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 로봇이 아예 생산되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에 세금을 부과할 게 아니라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했다. 국제로봇협회가 “로봇세는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공개 비판했고 경제전문 매체들도 《빌 게이츠의 이상한 생각》(포천), 《로봇세는 나쁜 아이디어다》(블룸버그) 같은 제목의 비판 기사를 실었다.

AI가 일자리의 씨를 말릴 것이란 예측 자체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많다. 역사적으로 자동화·기계화가 계속됐지만 전체 일자리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새 유형의 일자리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대런 애스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1980~2007년 미국 고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미국의 일자리는 17.5% 늘었고 그중 절반(8.84%)이 신기술 관련 일자리였다.

뜨는 직종, 지는 직종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세금을 물려 로봇을 줄이는 게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빌 게이츠가 ‘로봇세 전도사’가 된 것도 뭔가 어색하다. 그가 이끈 ‘PC 대중화’ 역시 수많은 일자리를 없애지 않았던가. 로봇세를 처음 공론화한 유럽의회는 최근 이 세금을 도입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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