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용택 세연 대표가 가볍고 설치와 이동이 편리한 ‘스마트 파티션’의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아란 기자
변용택 세연 대표가 가볍고 설치와 이동이 편리한 ‘스마트 파티션’의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아란 기자
4~5년 전부터 변용택 세연 대표는 불안했다. 20년간 업무 공간을 구분짓는 파티션을 납품해온 그에게 “부서 칸막이를 없애고 자유롭게 소통하며 일하는 ‘스마트 오피스’가 대세”라는 말이 들려왔다. 일하러 회사 대신 카페 등 공용 공간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도 많아졌다. 4년 전부터 미국 시카고 가구 및 인테리어 박람회(NEOCON)와 독일 쾰른 국제가구박람회(IMM)에선 이미 스마트 오피스 관련 가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지정 좌석에서 일하는 한국의 사무실 분위기도 곧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고 유연해 어떤 공간도 쉽게 업무 환경으로 바꿔주는 ‘스마트 파티션’ 개발에 나섰다.

○ 한 장소에서 몰입과 소통

스마트 파티션은 철제 기둥에 부직포 패브릭을 끼워 만든 형태다. 크기·모양별로 11개 종류가 있다. 높이가 50㎝ 정도인 작은 파티션은 기다란 테이블이나 탁자에서 옆자리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회의 등을 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제품이다. 160㎝ 높이에 곡면으로 휘어진 파티션을 사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독립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360도로 동그랗게 파티션을 치면 안쪽에 원형 공간이 확보된다.

스마트 파티션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자리에서 여러 사람이 소통과 몰입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연하고 가볍기 때문에 집중하고 싶을 땐 고립된 장소를 찾아갈 필요 없이 파티션을 들고 와 설치만 하면 된다.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자리를 옮기지 않아도 된다.

이런 장점 덕분에 출시 4개월 만에 공부하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이 섞여 있는 대형 카페부터 레스토랑, 휴게실 등에서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 스마트 오피스를 추진한다고 칸막이를 모두 없앴다가 몰입 공간이 부족해진 기업체도 주요 고객이다. 변 대표는 “2주 전 제품을 구입한 서울 강남의 벤처기업에선 ‘왜 이런 제품이 이제야 나왔느냐’며 반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반대편 소음 50% 차단”

변 대표가 개발 과정에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소음을 차단해주는 흡음 기능이다. 스마트 파티션의 패브릭 부분에 사용되는 부직포 펠트 가공에 특히 공을 들였다. 부직포는 반대편 소음을 40~50%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고속도로 방음벽이나 층간 소음 방지벽에 들어가는 소재다. 변 대표는 일반 부직포 대신 열과 압력을 가해 흡음 기능을 향상시킨 압축 패브릭을 사용해 스마트 파티션을 만들었다.

부직포 펠트 성형에도 2년을 매달렸다. 사무실 한가운데 둬도 손색 없을 정도로 세련된 모양을 갖추기 위해서다. 그는 “업무 공간에 사용되는 제품은 방음 기능이 확실하고 디자인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국내에 부직포 펠트 양면 성형기가 없어 자동차 부품회사 30~40곳을 찾아다니며 양면 성형기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변 대표는 개방적인 업무 분위기를 선호하면서도 개인 공간에 대한 수요가 많은 미국과 유럽·중동 등을 본격적으로 개척할 계획이다. 그는 “미국 멕시코 러시아 남미 등에서 제품을 선보였더니 반응이 좋았다”며 “이미 중동, 아프리카 국가와는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하는 비즈니스 트렌드에 꾸준히 관심을 둬 사무 환경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