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줄여라" 직접 경고한 진웅섭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사진)이 10일 “모든 금융권의 가계대출 통계를 매주 집계하고 증가세가 과도한 금융회사는 현장 점검과 함께 경영진 면담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가계부채 증가세 안정을 위해 모든 금융감독 역량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진 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문철상 신협중앙회장 등 여섯 개 금융협회장과 간담회를 하고 이같이 밝혔다. 진 원장이 금융협회장들을 갑자기 불러모은 것은 아파트 집단대출까지 조인 ‘11·24 가계부채 대책’이 나온 이후 주춤하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2월 들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월까지 잠정 집계한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컸다”며 “봄 이사철이 돌아오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고삐를 죄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 대출 줄여라" 직접 경고한 진웅섭
금감원 집계 결과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크게 꺾였으나 2월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1월 1000억원에서 2월엔 2조9000억원으로 급증했고 보험권도 같은 기간 4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었다. 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도 1조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모든 금융권 기준 가계대출은 1~2월 두 달간 8조원이나 늘었다. 가계부채가 폭증한 지난해 1~2월 증가폭 8조7000억원에 비해 거의 줄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3월엔 가계부채 증가세를 확실히 잡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모든 금융권의 가계대출 통계를 매주 집계해 대응하기로 했다. 하루 단위로 집계하는 은행권 가계대출과 달리, 2금융권은 한 달 단위로 점검해 왔다. 진 원장은 “점검 결과 대출 증가세가 과도한 금융회사는 증가 원인과 리스크관리 실태 등을 현장 점검하고 경영진 면담 등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업권별 당부사항도 따로 전했다. 은행권에는 스스로 세운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할 것을 요청했다. 상호금융권엔 오는 13일부터 적용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했다. 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은 13일부터 상환능력을 꼼꼼히 보기 위해 소득증빙 의무화와 함께 원칙적으로 대출 때부터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도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

진 원장은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했다고 해서 자영업자 대출을 늘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