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들만 마신다고? 2030 여성도 반한 건강즙
식품업체들이 건강즙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소비층이 중년 남성에서 여성과 20~30대 젊은 층까지 확산되면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건강 식단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건강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강즙 시장은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원료별 생산량 기준으로 약 1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식품기업의 원료·기술 차별화

CJ제일제당은 9일 100% 제주산 양배추에 한방 성분을 넣은 ‘한뿌리 맛있는 양배추즙’을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월 ‘한뿌리 맛있는 건강즙’ 시리즈로 흑마늘즙, 생양파즙, 흑도라지즙, 흑칡즙 4종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양배추즙을 추가했다. 기존 제품들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매출 3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야쿠르트가 2012년 중년 남성을 타깃으로 내놓은 ‘흑마늘진’도 스테디셀러다. 지난해 1월엔 여성을 위한 ‘석류진’을 출시했고, 두 제품의 누적 매출은 100억원을 넘어섰다. 정관장 굿베이스는 아로니아즙, 흑마늘즙, 헛개즙으로만 연 2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풀무원은 녹즙 배달 유통망을 기반으로 칡즙, 헛개나무열매즙, 블루베리즙 등을 연 100억원대 판매한다. 건강즙 전문 브랜드 1위 업체인 천호식품은 지난해 매출 약 700억원을 기록했다.

건강즙 시장이 커진 건 주소비층이 20~30대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건강즙 카테고리의 규모는 2014년 64억원에서 2015년 73억6000만원, 지난해 135억원으로 늘었다. 한정엽 CJ제일제당 건강마케팅 총괄부장은 “건강즙 소비가 중년 남성뿐 아니라 어린이, 여성 등 다양한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누구나 맛있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즙 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삼>흑마늘>도라지 등 인기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은 홍삼즙이다. 전체 시장의 약 30%(3000억원)를 차지한다. 흑마늘즙(2700억원), 도라지즙(1800억원), 백수오즙(850억원) 순으로 매출이 많고 블루베리즙, 복분자즙, 양파즙, 석류즙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건강즙은 주로 지역 특산물로 판매되거나 영세·영농업체, 건강원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왔다. 7000여개 업체가 온라인몰이나 유통망을 통해 개별적으로 판매했다. 2~3년 전부터 대기업이 가세하면서 같은 원료라도 기술력으로 성분 등을 차별화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최초로 ‘저온 박막농축 기술’을 도입해 열 손실을 최소화했다. 낮은 온도에서 원심력으로 농축해 원재료 고유의 맛과 향, 영양 성분을 살리는 원리다. 풀무원은 유산균을 넣은 발효숙성 건강즙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흑마늘진’은 100% 남해산 흑마늘 원료를 숙성하고, 흑마늘과 배과즙 농축액 외에 첨가물이나 정제수를 넣었다. ‘석류진’은 비농축과즙(NFC) 방식으로 착즙하고 피부 탄력에 좋은 콜라겐, 히알루론산, 비타민C 등을 첨가해 여성 소비자를 겨냥했다.

건강즙의 재료도 다양해졌다. 홍삼, 흑마늘, 도라지 등 전통 재료뿐 아니라 양배추, 양파, 생강, 울금 등으로 넓어졌다. KGC인삼공사는 정관장 6년근 홍삼에 아로니아, 석류, 흑마늘, 산수유, 블루베리, 헛개, 푸룬, 참꿀을 섞은 ‘홍삼담은 시리즈’ 등 12종의 건강즙을 판매 중이다. 김동주 한국야쿠르트 마케팅 이사는 “건강즙은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 과정이 깐깐하지만 품질이 좋으면 주변에 적극 권하고 선물할 정도로 입소문이 잘 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