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7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무역 정책 총괄로부터 '무역 부정행위' 기업으로 지목당하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를 예고하기는 했지만 한국 기업의 이름을 거명하며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이날 전국기업경제협회(NABE) 총회 연설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관세 회피를 위해 해외로 생산지를 옮겨 다니고 있다며 이를 '무역 부정행위'로 규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된 이후 진위와 파장을 파악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미국 당국 책임자의 발언인 만큼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다만 나바로 위원장이 특별한 근거나 특정 업체에 대한 의도를 갖고 나온 발언이라기보다는, 이전부터 강조해온 미국 무역적자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나온 사례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나바로 발언은 결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미국 우선주의로 귀결된다.

발언의 시작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세탁기 피해였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1월 중국에서 만들어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각각 52.5%와 32.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진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월풀은 2015년 12월 삼성·LG전자가 중국산 세탁기를 미국 시장에 덤핑 판매해 자국 제조산업에 피해를 주고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진정을 냈다.

다만 삼성·LG전자는 관세부과가 실제로 부과되기 전인 작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세탁기의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옮겼다.

미국의 관세 위협과 함께 환율, 원자재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나바로는 이를 마치 한국 업체들이 미국의 관세를 피해 다니면서 혜택을 본 것으로 인식한 듯 보인다.

국내 업체들은 상황과 필요에 따라 종종 글로벌 생산기지의 물량을 조정한다.

기업의 전략적인 결정으로 국제 통상규범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해외 기업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압박수위가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가운데 일단 한국 기업들은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LG전자는 미국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신설하기로 하고 최근 테네시주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검토해온 사안이라 설명했지만 MOU 체결 시점은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미국 내 가전 공장 용지를 물색 중인 삼성전자 역시 작업을 좀 더 서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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