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간(P2P) 대출 업체 어니스트펀드의 여신심사 담당자는 최근 한 여성이 신용조회 본인 인증을 위해 사용한 휴대폰 번호와 대출신청서 번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직접 전화를 해보니 받지도 않았다. 급히 정밀 조회를 해보자 신청서 번호의 명의자는 남성이었다. 이 남성이 여자 친구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받으려다가 여신심사 과정에서 적발된 것이다.
진화하는 P2P대출 심사 기법
P2P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업체들의 여신심사 기법도 진화하고 있다. 비(非)대면 대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P2P 대출 업체들은 우선 대출 사기나 악성 채무자 등을 찾아내기 위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출 신청서에 적힌 내용과 SNS에 나온 사실이 다르면 대출을 거절한다. SNS에는 거짓 정보를 올리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한 노하우다. 렌딧은 페이스북 등을 공개하는 대출 신청자에겐 이자율을 0.1%포인트 깎아주는 혜택까지 준다.

신청서 작성 등을 할 때 웹페이지에서의 행태도 관찰한다. 신청자가 메뉴를 보는 순서와 키보드 타자 수까지 최대 200여가지 정보를 분석한다. 인적 사항을 적는 칸에 다른 이름을 적었다가 지우거나, 집주소나 직장명에 단순 오타가 아니라 틀린 글자를 쓸 경우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인적사항을 적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약관을 오랜 시간 꼼꼼하게 읽는 사람은 신뢰도가 높아진다.

어니스트펀드는 ‘당신은 규칙적으로 살고 있습니까’ 등과 같은 질문으로 구성된 심리테스트도 하고 있다.

P2P 대출 업체들은 우량 고객을 찾아내는 데도 기발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대출받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중요하게 본다. 목적이 뚜렷하면 부실률이 낮기 때문이다.

또 카드론 등 기존 고금리 대출을 갚을 목적의 ‘대환’ 대출자를 선호한다. 기존 빚을 갚겠다는 ‘착실한’ 고객이라면 사고를 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결혼자금 대출도 연체율이 낮은 편이다.

P2P 대출 업체들은 한두 가지 요건이 맞지 많아도 심사 점수 총점이 기준을 넘으면 대출해 준다. ‘현금서비스 몇 회 이상은 대출 불가’ 등 정형화된 은행과는 차별화된다. 물론 동시에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으려 하거나 단기간에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증하는 등 부정적인 징후가 있으면 P2P 대출업계에서도 정밀심사 대상이 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